여성작가 특유의 '세밀한 필치' 돋보여
평범한 일상 속 비범한 삶의 의미 조명
올해로 등단 십 년째를 맞은 작가 김진초(사진)가 소설집 <옆방이 조용하다>(도서출판 개미)를 출간했다.
김진초는 2001년 첫 소설집 <프로스트의 목걸이>와 2004년 소설집 <노천국씨가 순환선을 타는 까닭> 두 권의 소설집과 2005년 장편 <시선>을 발표하며 꾸준한 창작력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다. 그는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섬세한 필치로 삶의 핍진함을 그려왔는데 소설집 제목에서 선험적으로 느낄 수 있듯이 이번 소설집의 작품 전반에도 세밀하고 농밀한 기운이 흐르고 있다.
김진초만의 문체의 특징이기도 한 세밀성과 농밀성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비범한 삶의 의미를 건져 올리고 있다. 표제작인 <옆방이 조용하다>는 언뜻 스쳐 보낼 수 있는 인간 삶의 편린들을 조각조각 꿰맞춰 한 덩어리 삶의 형상으로 만들어낸다.
다세대 쪽방을 배경으로 옆집에 이사 온 수상한 부부에 대한 관찰과 의도적 외면이 긴장감으로 와 닿는데 파국으로 치닫는 결말로 이끌어내는 솜씨는 소설적 흥미를 결코 놓치지 않게 한다.
소설집 서두에 꺼내놓은 <내시, 완자 씨>의 경우 아웃사이더의 삶에 초점을 맞추며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인간 삶의 비극과 진정성을 찾고 있다. 이는 앞선 표제작과 마찬가지로 김진초 소설의 심연에 흐르고 있는 기류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사건의 전개와 인물 또한 이 소설집이 장착한 기본 '옵션'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의 우연한 사건으로 성불구자가 된 주인공, 빗속에서 아이를 교통사고로 잃은 어머니, 살이 끼어 어쩔 수 없는 사건에 연루되는 여자, 형제를 동시에 사랑하게 된 하루꼬, 남편이 삼정승을 지낸 명문가의 후손이자만 노름빚으로 반병신이 되어 버린 옆집 여자 등의 인물이 펼쳐놓는 사건들은 이 소설집에서 쉽사리 눈을 떼지 못하도록 시선을 붙잡아 둔다. 263쪽, 9천원.
/조혁신기자 blog.itimes.co.kr/mr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