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미술관 '우리가, 바다' 추념전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하며 추모
40년생부터 90년생까지 17명 작가 참여
회화·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로 구성
7월14일까지 전시…유가족 작품 선봬
▲ 노란 방, 2017, 윤동천.
▲ 노란 방, 2017, 윤동천.

경기도미술관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우리가, 바다' 추념전을 연다.

2014년 4월 16일 경기도미술관과 마주하고 있는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를 겪었다. 도미술관은 화랑유원지 내 합동분향소 설치를 비롯해 지난 10년간 지역공동체로서 함께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 사회적 재난의 상흔에 예술로서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건네는 '우리가 바다'를 마련하게 됐다.

전시는 3가지 '바다'를 구성해 보여준다. 재난을 그대로 보고 기억해야 한다는 의미의 '바로 보는 바다'와 반복되는 재난 속에서 예술이 주변을 살펴보며 전해야 할 위로를 담은 '바라보는 바다', 나아가 공동체로서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이뤄야 할 바람을 담은 '바라는 바다'다.

▲ 지난 12일 경기도미술관에서 개막한 ‘우리가, 바다’ 추념전 전경 모습.
▲ 지난 12일 경기도미술관에서 개막한 ‘우리가, 바다’ 추념전 전경 모습.

전시에는 1940~1990년대의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17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은 회화, 조각, 영상, 설치, 사진, 사운드, 퍼포먼스 등 현대미술의 다양한 매체로 세월호 참사 이후 슬픔과 고통의 의미를 지니게 된 바다, 생명을 품고 순환하는 바다 등 다양한 경험과 맥락이 연결되는 '하나의 바다'를 만들어간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북소리가 관람객을 맞는다. 김지영 작가의 사운드 작업 '바람'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 2015년 3월까지 진도 팽목항에 부는 바람의 속도를 BPM으로 변환해 북소리로 표현했다.

이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등 1950년대 이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32개의 참사를 담은 '파랑 연작'을 통해 재난이 일어나는 현실, 사회 구조적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한다.

▲ 김지영 '파랑 연작'
▲ 김지영 '파랑 연작'

홍순명 작가의 '팽목' 시리즈는 팽목항의 해변에서 모은 오브제들로 구성된다. 플라스틱, 어구에 랩을 감싸고 천을 덧씌우고, 천에는 사건과 관련한 풍경도 그려 넣으며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고 애도와 위로를 전하는 작가만의 예술적 실천을 보여준다.

경기도미술관 소장품인 김명희 작가의 '소풍날 아침'은 세월호 참사 이전에 그려진 작품이지만 아이들이 남아있지 않은 폐교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풍요로운 기억과 실재의 부재를 표현했으며, 이정배 작가는 10주기를 맞아 1만개의 향을 피우고 재를 모아 회백색의 눈물 자국 같은 '얼룩' 작품을 만들며 위로와 기원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몸짓으로 구성한 송주원 작가는 1시간 35분짜리 원테이크 영상 작업 '내 이름을 불러줘'를 통해 관객들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슬픔을 딛고 일어나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능동적 방향으로 참사를 생각해보게 한다.

▲ 송주원 '내 이름을 불러줘'(2024)가 상영되고 있는 모습.
▲ 송주원 '내 이름을 불러줘'(2024)가 상영되고 있는 모습.

지난 1월 일본 노토에서 발생한 지진을 다룬 '재난 이후'로 재난을 통한 공간의 상실을 다룬 리슨투더시티는 우리가 재난에 어떤 실질적 대비를 해야 하는가 숙고하게 하며, 세월호 선체와 팽목항의 흙으로 제작한 전원길 작가의 '잊을 수 없는 별들'은 자연의 끈질긴 생명력을 통해 긴 기다림을 보냈을 유가족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다시 한 번 희망을 싹틔우게 한다.

세월호 참사로 은사를 잃은 황예지 작가는 개인의 이야기에서 결국 사회적 이야기에 맞닿아 있는 재난의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은 '안개가 걷히면'을 통해, 청년 세대가 세월호를 소화하고 있는 방법에 집중하고 안전과 애도에 대한 확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관객 참여로 완성되는 안규철 작가의 '내 마음의 수평선' 역시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작품이 아닌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통해 각자의 방식대로 세월호를 기억하며 공동체로 이어지는 경험을 선사한다.

▲ 황예지 '안개가 걷히면'
▲ 황예지 '안개가 걷히면'

전시를 기획한 조민화 학예연구사는 “많은 시민이 세월호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조금 더 가깝고 쉽게 전시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워크숍 프로그램을 함께 준비했다”며 “특히 재난에 대해 고민하는 '바라는 바다'를 통해 공동체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7월 14일까지 진행되며, 유가족들이 직접 만든 공예 작품을 선보이는 4·16공방, 드로잉, 사운드 퍼포먼스, 작가와의 대화, 포토에세이 등 전시 참여 작가와 함께하는 각종 워크숍 프로그램들이 함께 진행된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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