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과정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고문 당한 피의자들

퉁퉁 부은 얼굴로 법정 출석
▲ 모스크바 테러 용의자 샴시딘 파리두니(25) /사진제공=연합뉴스

24일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무차별 총격과 방화 테러의 피의자들이 퉁퉁 부은 얼굴로 법정에 출석했다. 러시아군이 피의자들을 구타하고 고문한 탓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바스마니 지방법원은 이날 집단 테러 혐의를 받는 달레르존 미르조예프(32),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30), 샴시딘 파리두니(25), 무하마드소비르 파이조프(19)에 대해 오는 5월 22일까지 2개월간 공판 전 구금을 명령했다. 피의자 네 명은 모두 타지키스탄 국적이다.

용의자 중 한 명인 라차발리조다는 오른쪽 귀에 붕대를 붙인 채 법정에 나왔다. 미르조예프와 파리두니도 얼굴이 붓고 멍자국이 있었다. 파이조프는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출두했다.

러시아 언론은 전날 피의자들이 조사 과정에서 러시아군에게 고문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날 러시아의 친정부 성향의 텔레그램 등에는 러시아군이 네 명의 피의자를 구타하고 전기 충격기와 망치 등을 이용해 고문하는 영상이 등장했다. 보안요원들이 피의자 한 명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귀를 칼로 자르는 장면을 담은 영상도 나돌고 있다.

이들의 고문 영상과 사진은 러시아 군사 당국과 밀접한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공개됐기 때문에 당국이 일부러 고문 장면을 공개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적나라한 고문 장면에 인권단체는 불필요한 잔혹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 출석한 피의자들은 모두 집단 테러 혐의로 기소됐다. AP·AFP 통신은 이들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종신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했다.

/정슬기 수습기자 za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