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 공식 선거기간이 오늘부터 시작된다. 선거일까지 정확히 14일 남았고, 9일 후면 사전투표를 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정당과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남은 선거전도 이전투구로 일관할 건가. 이번 총선은 민주화 이후 가장 혼탁한 선거전 양상을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거대 양당은 애초에 '정책선거'를 할 마음이 없었던 듯하다. 서로 상대방의 약점과 실수를 물어뜯는 데 온 힘을 기울였을 뿐이다. 어지러운 이합집산과 공천갈등 속에서 희미하게나마 들리던 정책선거 주장은 완전히 파묻히고 말았다.

4월10일 선출되는 국회의원 300명은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을 갖고 국가운영의 방향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국가기관이다. 그러므로 국회의원이 되려는 자들과 그들을 국민에게 추천하는 정당들은 향후 국정비전과 주요 정책과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제시할 책무를 진다. 하지만 당장 표가 될 지역개발 공약만 늘어놓고, 상대의 실수와 약점만 파고들어 당선된 자들이 국민의 대표로 행세하는 모순이 더 심화하고 있으니 한숨만 나온다. 평소에도 선거기간에도 제 역할을 못 하는 정당들에 지급된다는 연평균 720여억원은 우리의 세금이다.

당장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는 의정갈등 국면에서 양당은 이렇다 할 중재안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고, 앞으로 의료시스템을 어떤 방향으로 개혁해 나갈 것인지 변별력 있는 청사진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수도권정책에서도 철도 깔고 도로 놓겠다는 공약은 넘치지만,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대원칙 아래에서 어디를 어떻게 손보겠다는 약속은 찾아볼 수 없다. 표를 의식해 엉거주춤 얼버무리는 게 고작이다.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 경제, 번번이 실패하는 정치개혁, 불안정해진 외교·안보에 대해서도 '네 탓'만 난무할 뿐 일관성 있는 정책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소리쳐도 정당들과 후보들에게 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 정치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어쨌든 이기고 보자'는 심리만 팽배한 탓이다. 그래도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다시 외친다. 남은 선거전도 이전투구로 일관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