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 택배기사 모금…‘이웃사랑’ 실천
▲ 이용재 수원시 오목천동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밝게 웃으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이 회장은 단지를 담당하는 택배기사가 심장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주민들과 함께 모금운동을 벌여 전국적 이슈가 된 바 있다.

“이웃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아파트, 나아가 이웃을 돕는 아파트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주민들이 함께 도와주셔서 그 길을 나아가고 있습니다.”

‘심장병 택배기사를 도운 주민들’로 유명세를 탄 수원시 오목천동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의 이용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33)은 “우리 아파트는 어느 곳보다 온정이 가득한 곳이라 자부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코로나19 펜데믹과 경제위기가 겹쳐 삭막한 분위기로 가득했던 지난해 7월. 이곳 아파트 주민들이 보여준 ‘공동체 의식’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따뜻하다는 걸 입증한 사례였다. 공동주택에 각종 갈등과 다툼이 빚어지는 소식이 적지 않아 더욱 그러했다. 인천일보 보도로 처음 알려진 뒤, 전국 모든 신문사·방송사가 덩달아 다루며 한동안 매스컴을 가득 메울 정도였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치권도 감동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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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사연을 요약하면 ‘남편이 배송 중 심장이 안 좋아 응급실에 왔고, 수술을 받아 오늘 배송을 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내용의 문자 한통을 받은 주민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시작한 ‘병원비 모금 운동’은 단 이틀만에 목표액인 248만원이 모였고, 쓰러진 택배기사의 아내에게 응원 문자를 보내거나 배송 지연에 문제를 제기하지 말자고 독려하는 등 자신만의 방법으로 선행하는 이들이 속속 나왔다.

그날을 회상한 이 회장은 “회복하셔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요즘도 택배기사 부부와 종종 인사하면서 안부를 물어보고 지내는데 그럴때마다 마음이 뿌듯해진다”며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아쉬운 이유에 대해서는 “입대의에서도 주민들이 (병원비 모금에) 그렇게까지 똘똘 뭉쳐주실 지는 몰랐다. 목표액을 정하지 않고 모금해서 조금이라도 더 모아서 드렸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주민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자발적으로 250만원의 성금, 라면 230박스 등을 불우이웃에게 전달하는 등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10~15명씩 모집 인원이 환경미화원의 일을 대신해 단지 일대를 청소하기도 하고, 경비원 업무 줄이기를 위한 주민들의 자체 노력이 꾸준하다. 최근에는 단지를 찾아오는 모든 노동자들이 간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이른바 ‘나눔냉장고’를 배치하는 방안이 구상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여름이면 특히 더울 때인데 냉장고에 간식을 두면 좋을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주민들의 마음이 뒷받침되니 이런 좋은 일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이라고 기뻐했다.

▲ 이재준 수원시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해 이용재 수원시 오목천동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택배기사 부부 등을 만나 표창장을 전하고 기념 사진을 찍은 모습./사진제공=수원시

사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입주 전 어려움을 겪었다. 공사가 늦어 입주가 한달 정도 지연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30대 젊은 나이인 이 회장이 이때 대표로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에 나서면서 추후 회장으로 선출되기 이르렀다. 그는 무조건적인 갈등은 옳지 않다고 판단, 수원시에 정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며 관련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을 썼다.

그는 “주민들에게는 사실 상처가 될 수도 있었지만, 지역사회와 등 돌리기 보다 봉사를 택한 분들이 많다”며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소소한 봉사라도 이어가려는 주민들이 너무 멋있고 아름답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공주택 관리문화 정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오는 4월 김동연 경기지사의 표창이 예정돼있다. 앞서 ‘공동주택관리법’ 또는 ‘관리규약 준칙’이 개정될 때 마다 각 세대에 인쇄물을 배부하는 관행을 바꾸자는 취지로 도에 제도개선을 건의한 적 있었다.

이용재 회장은 “인쇄물이 아니라 QR코드로 안내하는 방법으로 바꾸면 100~200만원의 비용 절감과 함께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며 “우리 단지가 행복한 공동주택 문화와 이웃 상생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