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봄은 남녘에서부터 바람을 타고 거침없이 북상한다. 이미 남도에선 벚꽃과 산수유 등 갖가지 꽃이 망울을 터뜨렸다는 소식을 전한다. 상춘객들은 봄의 속삭임에 이끌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봄 마중에 한창이다. 저마다 새 움을 트며 생명들이 꿈틀거리는 봄은 아무래도 추운 겨울을 지내고 왔다는 데에 방점을 찍는 듯싶다. 봄이란 말에서 읽히듯, 만물을 새롭게 바라보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각별하리라. 전국 어디서나 봄꽃 축제를 열고 준비하느라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즈음이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그 속에서 살던 때가 그립습니다.” 하나둘 피는 꽃을 보며 문득 '고향의 봄'을 떠올린다. 언제나 마음을 푸근하게 하는 노래다. 뭔가 그리움을 자아내는 이 동요에서 평화로운 광경과 풍성한 자연 등을 상기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왔는데, 봄이 여전하지 않음을 탄식하는 소리도 나온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중국 전한시대 왕소군과 관련된 시구이긴 하지만, 요즘도 심심치 않게 회자된다. “이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어찌 당시 모습을 오늘에 빗대기야 하겠느냐만, 돌아가는 우리 정치와 사회 등 여러 곳에선 아직도 '추위'에 시달리는 이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순식간에 지나가 버릴 봄을 생각하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기도 한다.

사람들이 찾는 전국의 봄꽃 명소 검색 기록에서 인천 월미도와 인천대공원이 언급됐다고 한다. 한국관광공사 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4월까지 연령별 차량 내비게이션 목적지 검색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연령별 전국 봄꽃 명소 검색 10위권 내에 중구 월미도와 남동구 인천대공원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관광공사는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관광 분야에 특화한 융합분석을 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서 10대는 월미도(10위), 20대는 인천대공원(10위)을 선택했다. 10대는 놀이기구와 바다를 끼고 있어 즐길거리가 많은 월미도를, 20대는 테마파크 및 공원을 골랐다. 봄꽃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카페를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에선 최근 온라인상에서 화제인 강화군 내 카페 '마호가니'가 꼽혔다.

봄을 맞이하는 데엔 남녀노소가 따로 없으리라. 흔히 봄을 '젊음의 계절'이라고 읊지만, 고목에도 꽃은 피고 새잎이 돋아나는 봄이지 않는가. 흐드러지게 피어나지는 않지만, 소담스럽게 자태를 뽐내는 꽃도 많다. 봄은 짧기만 하고, 봄꽃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봄 마중에 나서면 어떨까.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