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최근에 서울 광운대학교와 고려대학교를 방문하고 주변 지역을 돌아보았다. 두 대학 모두 지역과 협력관계를 형성해 '캠퍼스타운형 도시재생'을 추진하여 청년 일자리 창출, 창업·기술 생태계 조성, 문화클러스터 형성 등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가져왔다. 두 지역을 돌아보며, 왜 인천은 대학과 지역이 연계하여 도시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고 있는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인천에는 인하대학교, 인천대학교, 청운대학교 등이 있는데, 대학 주변에 첨단산업연구(R&D)단지나 기술창업 생태계가 조성된 지역이 전무하다. 인하대학교 주변을 돌아보자. 정문 역세권에는 SK 고층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후문가는 음식점·주점이 밀집하여 젊은 층이 모인다. 그런데 이들을 위한 일자리와 창업 공간은 없다. 송도 경제자유구역에 있는 인천대학교 주변은 더 황량하다. 한쪽은 골프장, 다른 쪽은 셀트리온 공장과 고층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대학생들을 위한 카페·레스토랑·레저공간조차도 없다. 어떻게 도시를 만들었기에 인천의 대학생들과 젊은 층이 학교 근처에서 창업하고, 즐기며, 만남을 위한 취업·문화·휴식 공간을 조성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아직도 대학과 지역이 상생과 협력을 위한 공간이 있기는 하다. 인하대학교 후문과 정문 인근에 공간은 있는데, 인천시가 젊은 층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다른 용도로 쓸려고 해서 문제다. 예를 들면, 인하대학교 인근 옛 동양화학 이전 부지에 고층아파트를 건설하고, 일부 기부채납한 땅에 뮤지엄파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개발 전문가 시각에서 이 공간에는 뮤지엄파크가 아니라 기술창업단지가 들어서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고 판단하는데, 인천시 정책담당자는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인하대학교가 공과대학에서 출발하여 과학기술 전문가를 양성하는 대학으로 특화되었는데, 인근에 미술관·박물관이 들어서는 뮤지엄파크를 조성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인천에 자긍심을 주는 멋진 미술관·박물관 정말 중요하다. 특히 초일류도시를 지향하는 인천에 초일류 미술관·박물관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런 중요한 '문화 인프라'가 비어있는 공간에 구색 맞추기로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인천 시민을 위한 최적지에 문화공간·만남의 공간·공공의 공간으로 조성되어야 사랑받고 자긍심을 주는 박물관·미술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동양화학이 이전하고 비어있는 공간이 뮤지엄파크를 위한 최적지인지, 대학과 협력을 끌어낼 기술·창업을 위한 최적지인지를 정책결정자가 고심했는지 의문이 든다.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