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4년은 '슈퍼 선거의 해'로 70개가 넘는 국가에서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42억 명의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한다. 1월 대만에서 총통선거와 국회의원선거를 3월15일부터 17일 사이에는 러시아에서 대통령선거를 치렀다. 한국은 4월 총선을 앞뒀는데 세계 1위 인구 대국인 인도도 4∼5월에 총선을 실시한다. 6월에는 유럽의회 선거가 있는데 세계정세의 향방을 가를 11월 미국 대선까지 대규모 선거가 즐비하다.

선거는 정당 후보와 유권자 표를 서로 교환하는 장이다. 유권자는 자신의 권한을 위임할 대표를 뽑는 선택을 내린다. 이를 위해서는 선거의 신뢰성을 보장하는 선거관리 역량과 선거관리기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인천 송도에는 전 세계 선거관리기관들의 선거관리 업무 표준화를 촉진하는 국제기구 세계선거기관협의회(Association of World Election Bodies, A-WEB)가 있다.

3월19일부터 21일 사이 인천에서 A-WEB의 제12차 집행이사회의가 개최된다. A-WEB은 2013년 대한민국 주도하에 '전 세계에 자유롭고 공정하며 투명하고 참여적인 선거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증진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출범하였다. A-WEB은 111개국 121개 선거관리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선거관리분야 세계 최대의 국제기구이다. A-WEB 회원기관 중 절반 정도가 올해 선거를 치른다고 하니 A-WEB에도 2024년은 무척 중요한 시기이다.

이번 열리는 집행이사회의는 A-WEB의 주요 의사결정기구이다. 집행이사회는 한국, 남아공, 필리핀, 인도네시아, 페루,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 모든 대륙을 망라하는 20여 개국의 선거관리기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회의에는 집행이사회에 속한 기관 대표들과 민주주의 확산에 권위를 인정받은 민간기구인 국제 민주주의 선거지원 연구소(International IDEA, 스웨덴 스톡홀롬 소재)와 국제선거제도재단(IFES, 미국 워싱턴 소재) 등 국제조직도 참여한다. A-WEB에 가입한 회원 선거기관들을 대표하는 집행이사들은 매년 정례회의를 가지는데 한국에서 회의가 열리는 것은 10년 만이다.

이번 집행이사회 회의에서 다루어지는 안건은 당연히 세계 각국의 선거관리와 관련이 깊다. 특히 선거관리 체계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논의와 그 결과를 전 세계로 확장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게 다루어질 것이다. 이를 위해 A-WEB 집행이사회가 평가위원회가 되어 세계 각국의 우수 선거관리 사례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출된 사례를 살펴보면 허위선거정보 대처방안, IT 기술을 활용한 선거관리 방안, 효과적인 유권자 등록 및 관리 시스템, 유권자 교육 등 모든 국가의 선거관리기관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외에도 '젠더 정치 폭력에 대한 항거와 협력 전략'이라는 주제도 시선을 끈다. 이 주제를 제안한 에콰도르 선거분쟁재판소의 대표자는 집행이사회에서 여성의 정치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에콰도르의 최근 입법사례와 사법조치, 젠더 정치 폭력에 맞서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발표한다. 에콰도르에서는 남성이 여성의 투표참여를 막거나 특정 후보를 찍도록 강요하지 못하도록 서로 분리된 장소에서 투표하게 한다. 참가자들은 에콰도르가 채택한 다면적 접근방식을 함께 살펴보며 젠더 정치 폭력에 대한 국제적 해결방안을 위한 전문 지식을 교환할 것이 분명하다.

A-WEB은 세계 각국의 선거기관이 선거 관련 최신 동향과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상호 학습을 통해 선거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매우 긴요한 플랫폼이다. A-WEB은 세계의 선거기관들이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의 가치를 유권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선구자로서 세계적 권위를 쌓고 있다. '슈퍼 선거의 해'에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A-WEB의 집행이사회로 전 세계에 민주주의 가치가 확산하고 선거관리의 표준화가 강화되기를 기대한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