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경 탐사보도부장(부국장).<br>
▲ 이은경 경제부장∙부국장

4·10 총선을 앞두고 인천·경기지역 선거구 여야 대진표가 속속 완성되고 있다. 지역에서 오래 활동해 온 이가 혹은 전략공천이라는 이름 아래 나온 이들도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본선행을 확정 짓고 있다. 얼마나 기쁜 일일까.

그러나 여야 대진표를 놓고, 정작 4·10 총선 주인인 유권자들의 불만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4년 동안 지역과 나라 발전을 위해 힘쓸 정치인들을 직접 투표로 심판하겠다는 의지를 꺾는 공천이 여야 할 것 없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대표적인 곳은 바로 검암경서동, 연희동, 청라1·2·3동을 선거구로 하는 '서구을'이다. 여야는 지역 연고도 없는 인물들을 모두 전략공천했다. 그야말로 '낙하산'이다. 여야 어느 한쪽이든 연고가 있는 지역 다른 선거구와 대조적이다.

국민의힘은 과거 검단 중심 선거구에 출마했던 방송인 박종진 후보를,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변호사회 출신 노동인권 변호사 이용우 후보를 각각 단수 공천했다.

공천 발표가 난 동시에 청라국제도시 주민 커뮤니티에서는 정치권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청라국제도시만 해도 여러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 중으로 지지부진한 사업도 하나둘이 아니다. 청라국제도시 조성 당시 계획됐던 시티타워는 10년이 훌쩍 지나도 여전히 건립이 불투명한 데다 넓디넓은 광활한 토지에 계획 중이라는 사업은 MOU 체결 소식만 들릴 뿐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 도시가 조성된 이유와 지금까지 흐름을 알지 못하는 전략 공천 후보들로는 도시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주민 대다수의 반응이다.

지난 총선까지 '서구갑'에 포함됐던 '서구을'은 지역 내에서 손꼽히는 '격돌의 장'이었다. 여당에서는 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국회의원 3선이라는 정치 구력을 가진 이학재 후보와 현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위원장이자 인천시장 후보로 나서며 3선에 도전하는 김교흥 후보의 각축장이었다. 지역 여야 대표 인물들의 대결이었다. 두 후보 모두 서구를 지역구로 그동안 현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며 매번 총선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렸다.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 온 '서구을' 유권자들은 올해 4·10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공천을 정치권의 배은망덕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역 분위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공천으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한 주민의 말에 고개가 끄덕일 정도다. 여야 두 후보 이력을 볼 때 주민들은 지역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공천에서 탈락한 지역 출신 예비후보들을 대상으로 무소속으로 나와달라는 요구까지 나왔다.

여야 모두 지겨울 정도로 시스템 공천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눈높이가 한껏 높아진 유권자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입법부라 불리는 국회는 우리나라에서 단순히 그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는 자신의 지역구를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를 희망하는 유권자들의 염원도 담아내야 한다. 전국 경제자유구역 중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모범사례다. 지역 경쟁력을 넘어 우리나라 경쟁력을 꾀할 수 있는 '장'이다. 침체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후보자들에게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전국 경제자유구역 경제규모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서구을' 공천은 그야말로 상향식 공천의 필요성을 일깨우게 한다. 정당 윗분들의 생각이 담긴 공천이 아닌 당원과 유권자가 지지하는 후보 공천이 절실하다. 이번 총선에서 이런저런 고민을 모두 '서구을' 유권자 몫으로 떠넘긴 여야 정치권이 한심하다. 그렇다고 탓만 할 수는 없다. 유별나게 그리고 치열하게, 독하게 후보자 검증에 나서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4년을 그냥 보낼 수는 없다.

/이은경 경제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