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원장, 불미스러운 일 해명 요구에 “군, 사무국장 채용 간섭 탓으로 촉발”

원장‧사무국장 “답변하지 않겠다…취재 거부 및 반론권 포기”
▲ 정용칠 가평문화원장이 지난달 26일 열린 이사회 도중 감사가 ‘지인 무료 대관‧관용차 개인 이용’ 등 인천일보 보도와 관련한 해명을 요구하자 입술을 깨문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 원장은 두 가지 모두 인정했다. /인천일보 DB

정용칠 가평문화원장이 각종 비위 의혹의 책임을 지고 정기총회를 기점으로 ‘자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번복했다.

정 원장은 16일 오전 11시 가평문화원 대강당에서 개최한 정기총회에서 회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총회 인사말에서 “최근 가평문화원에서 불거진 경찰 수사 등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거듭 죄송하다”며 “본인의 부족함이고 능력 탓이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러나 3년 남은 임기 동안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흔들림 없이 더 일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자진 사퇴’ 입장을 번복했다.

그는 지난 6일 출근 직후 직원들에게 각종 비위 의혹 등과 관련해 모든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겠다면서 그 시점은 ‘정기총회’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 원장은 한 회원이 최근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자 “지난해 6월 사무국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당연직 이사인 군 문화체육과장이 ‘지인으로 면접위원’을 구성한 것을 두고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하면서 촉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일로 사무국장 인건비(보조금)를 아직 주지 않고 있어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면서 “8개월째 사무국장은 돈 한 푼 받지 않고 일하고 있다”면서 가평군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정 원장의 이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정 원장은 지난해 추석을 하루 앞둔 9월27일 법인 통장에서 사무국장에게 100만원을 송금했다. 이 돈의 성격은 재작년 기부받은 후원금이었다.

정 원장은 후원금을 다른 명목으로 사용한 것이 자체 감사에 적발될 것을 우려해 지난해 12월30일 본인이 100만원을 메워 넣었다.

또 지난 1월31일 급여 명목으로 100만원을 역시 계좌 이체로 사무국장에게 송금했다. 이 돈의 성격은 회비다.

그러면서 1월26일 이사회나 이날 정기총회 자료에는 ‘사무국장 급여’ 등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이들 자료에는 ‘가계보조수당’으로 100만원씩 6개월, 600만원을 운영비로 지출하겠다고만 기록했다.

이 항목이 사무국장 급여에 해당한다.

앞서 가평문화원 감사는 “후원금을 사무국장에게 지급한 것은 분명 잘못됐고, 회비로 지급한 100만원 역시 관련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회원은 가평문화원이 가평군 몰래 14개 문화교실 동아리 회원들에게 근거 규정에도 없는 연 12만원씩 ‘시설사용료’ 약 200만원을 받아 챙긴 것도 따져 물었다.

정 원장의 가평초등학교 동창이자 14개 동아리 회장은 “지난 14일 긴급 동호회장들이 모여 이 문제를 논의했다”며 “이 돈을 돌려주기보다 연말 발표회, 전시회 등 각 동아리 행사 때 사용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관 사용료 명목으로 징수한 이 돈은 가평군 세외수입으로 잡히거나 회원들에게 돌려주어야 하는 것으로 다른 목적으로 쓸 수 없다. 가평군도 회원들에게 환불을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한 이사는 지난달 26일 ‘긴급 안건’으로 처리된 촉탁직 사무국장의 채용 과정에서 정관을 어긴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정 원장은 이사회에 상정한 안건 모두 의결되자 마지막으로 ‘촉탁직 사무국장 A씨’ 채용과 관련한 내용을 ‘긴급 안건’으로 상정, 가결했다.

하지만 이는 문화원 정관 ‘이사회’ 규정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규정을 보면 ‘재적이사 전원이 출석하고 출석이사 전원이 찬성할 때에는 통지하지 않은 사항이라도 이를 부의하고 의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즉 ‘긴급 안건’을 상정하고 의결할 경우에는 전체 27명의 이사가 참석하고 전원이 동의해야 한다.

이날 이사회에는 13명이 참석했고, ‘긴급 안건’ 상정 때에는 9명만 자리를 지켰다.

결국 촉탁직으로 채용된 사무국장의 채용이 무효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총회에는 회원 343명 중 회원과 이사 약 100명이 참석했다.

한편 정용칠 원장과 사무국장은 1월31일 오후 4시쯤 문화원에서 인천일보 기자에게 “인천일보의 모든 인터뷰에 노코멘트하겠다. 향후 취재를 거부하고 모든 반론권을 포기한다. 또 반론권 등과 관련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세 명의 경찰관이 있는 자리에서 수차례 밝혔다.

/가평=정재석 기자 fugoo@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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