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화력발전소, 조선소, 탄광으로 운행되다 중단 이후 도시의 '흉물스러운 공간'·'골칫거리'로 취급받던 곳이었다는 것입니다.
폐산업 시설을 문화플랫폼 공간으로 개보수(renovation)해 시민들의 부정적인 인식마저 바꿔낸 도시 문화 재생의 모범이 되는 사례로 인정받고 있기도 하죠.
한국에선 요새 유행 중인 다양한 폐공장을 그대로 인수해 카페 등의 공간 등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들까 했다가 그보다 더 적합한 곳이 있어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갈등의 상징"이었던 쓰레기 소각장의 눈부신 변신
부천시 오정구 삼정동에 있는 부천아트벙커 B39, 실은 쓰레기 소각장이었습니다.
1997년 '다이옥신 파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매일 200t 규모의 쓰레기를 태우던 곳이죠.
그런데 당시 환경부가 소각로 다이옥신 농도에 대해 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 이곳 삼정동 소각장에서 기준치의 20배에 달하는 다이옥신이 배출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결국 시민들의 신뢰를 잃고 만 소각장은 2010년 가동을 중단, 폐쇄했고 이 장소를 어떻게 활용한 것인지 고민하다 2018년 6월 1일 복합문화공간 ‘부천아트벙커 B39로 재탄생했습니다.
개관 당시 다채로운 융·복합 예술 전시 등을 선보인 부천아트벙커B39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3·4단계 리모델링을 위해 2년간의 공사 기간을 가지고 지난 4월 26일 재개관을 했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요?
드디어 열린 '미공개' 공간…2023년 대중에게 첫 개방
그동안 시민들에게 미개방 공간이었던 3층 보존 공간은 쓰레기 소각장 시절 응축수탱크지역으로 지난 2년 간 공사 기간을 거쳐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아무래도 특색있는 공간이다 보니 촬영 장소로 주목받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최근에 영화 〈승리호〉, 〈길복순〉이나 '루이뷔통-BTS 패션쇼', '비긴 어게인' 등에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남은 비밀의 공간…4F·5F 미개방구역
사실 아트벙커B39는 아직 비밀의 공간이 남아 있습니다.
바로 4층과 5층인데요.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이 두 곳은 안전상의 문제로 시민에겐 개방하지 못하고 사전 협의가 이뤄진 영화 촬영, 뮤직비디오, CF 촬영 등 제한적·상업적 이용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어서 시민들에게도 문을 열어줄 날이 기다려지네요.
"제가 추천하는 핫플은…" 한 부장님의 pick
크게 소각동과 관리동으로 나누어져 있는 부천아트벙커B39는 벙커, 벙커브릿지, 에어갤러리, 스튜디오 등 다양한 공간들이 존재합니다.
놓치지 말고 꼭 들렀다 가야 할 곳을 추천해달라는 말에 시설장인 한범승 부장님은 "벙커는 부천아트벙커B39의 상징적인 공간"이라며 "과거 매립 쓰레기가 들어왔던 벙커는 깊이 39m로 압도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고 말했습니다.
한 부장님은 "공간이 주는 웅장함이 크게 다가오는 만큼 가장 추천하는 핫플레이스"라고 설명했습니다.
부천아트벙커B39는 방치돼 있던 폐산업시설을 단순히 도시에서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구조를 최대한 살려 색다른 공간을 창출해냈습니다. 도시인의 삶 속 쓰레기를 끊임없이 삼키고 소화해주는 공간이었음에도 혐오시설이란 이유로 사라질 뻔했던 공간, 이 압도적인 공간과 거대한 기계들의 잔해 속 또 다른 사유를 할 수 있진 않을까요. 디지털 미디어아트 콘텐츠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에 문화 ·예술적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는 부천아트벙커B39에선 오는 9월부터 기후위기와 친환경을 주제로 '벙커 페스타'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일상 속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것은 없는지 한 번 짚어보러 가볼까요.
/글·영상 채나연 기자 ny1234@incheonilbo.com·김연호 인턴기자 ho05@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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