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명 건축사 사명감으로 매년 추진
올해로 25회째…'진화' 의미 되새겨
공간의 전반 고찰하는 시간 마련

2025 亞건축사대회 인천 유치전 총력
K-건축 선도…조직위 상설화 필요
▲ 조선복 인천건축문화제 조직위원장.

건축과 도시 전반에 대한 성찰, 건축문화 창달을 위해 시작된 인천건축문화제가 올해로 25회를 맞았다.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으로 시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건축문화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파급효과를 극대화 하기 대한건축사협회 인천시건축사회와 인천시는 행사 준비와 진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미가 큰 25회 행사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조선복(54·디아키건축사무소 대표) 건축사는 시민과 함께 하고 공감하는 문화축제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조선복 조직위원장은 “인천지역 500여명 건축사들이 사명감으로 매년 추진하는 문화제다. 우리들끼리 자축하는 자리가 아니라 인천시민들이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우리 생활과 공간의 전반을 고찰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5회를 맞은 인천건축문화제

▲ 지난해 11월 인천지하철 1호선 경인교대입구역 지하역사에서 열린 2022 인천건축문화제 개막식에서 김장섭 인천시건축사협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천일보 DB

1999년 첫 개최 이후 25회째를 맞는 올해 인천건축문화제는 인천건축학생공모전(20회), 도시건축사진공모전(21회), 인천건축물그리기대회(10회), 인천건축사사진전시회(9회), 건축자산 답사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됐다. 3년 이내 사용승인된 인천지역 소재 건축물을 대상으로 하는 인천시 건축상과 건축사작품전 등 해를 거듭할수록 수준이 높아지는 초대전도 마련됐다. 인천 서구와는 성공적인 도시정책모델 성장을 위한 가칭 스마트에코시티컨퍼런스 포럼도 준비중이다.

올해로 24회째 맞는 건축백일장은 인천건축모형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재탄생, 전국의 초등학생과 가족이 참여하는 '내가 꿈꾸는 우리집'의 주제로 새롭게 시작된다.

다만 지난해 5회째를 맞았던 어린이건축창의교실은 여러 사정으로 올해는 개최되지 않는다.

조선복 위원장은 “지난해 어린이건축창의교실은 함박마을을 중심으로 다문화 아이들과 함께 참가자들이 제물포역 일대 골목골목을 건축사들과 함께 돌면서 '우리동네 골목'이라는 공간 이해와 함께 건축의 중요성을 공유하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면서 “올해 여러 사정으로 열리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어린이건축창의교실의 실무를 맡아 행사를 진행한 인연이 있어 아쉬움이 더 컸다. 궂은 날씨에 사회를 맡아 아이들과 함께 했던 기억이 고스란히 남는다.

올해 문화제에선 '2023 인천시 건축상' 시상과 함께 건축사 작품전, 건축사회 사진동호회 회원 작품도 함께 열린다.

'인천시 건축상'은 지난 1998년부터 건축문화 창달과 우수한 건축물을 장려하기 위해 설계건축사, 시공자, 건축물에 시상하고 있는 인천의 대표 건축상이다.

'트리플 스트리트'(연수구, 2017), '코스모40'(서구, 2019), '건축사회관'(중구, 2020), '천주교인천교구숭의동성당'(미추홀구, 2021) 등이 그간 대표적인 대상 수상작이다.

건축문화제의 백미인 인천시 건축상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심사위원 만장일치 대상이 탄생했다. 셀-로스터스(Sel-Roasters)는 마니산 자락의 부정형 지형을 적극 활용해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개방성을 확보하고, 마니산 정기 흐름도 방해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우수작으로 인현동 우리집2, 송도 연세대학교 SL바이젠 의학연구소, 강운공업 주안공장 등이 선정됐다.

조 위원장은 “인천시 건축상은 매년 10개 내외 건축물을 선정하고 있다. 근·현대 문화유산과 초고층건물이 공존하는 인천에서 건축의 가치를 되새기고 대한민국 건축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작품성 짙은 건축물이 많이 생겨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팬데믹, 엔데믹…'진화'에 담긴 의미는

인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뒤늦게 건축현장에 뛰어든 조 위원장은 2016년 인천건축문화제라는 행사가 궁금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서 문화제와 인연을 맺었다. 어린이건축창의교실 등 여러 행사의 실무를 맡아 건축문화제가 시민과 함께 하는 더욱 풍성한 축제가 되도록 힘을 쏟았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그는 조직위원장을 맡게 됐다.

그는 “인천지역 500여명 건축사들이 사명감을 갖고 매년 추진하는 문화제다. 올해 지역건축사회 의무 가입 첫 해를 맡아 우리들끼리 자축하는 자리가 아니라 시민들이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우리 생활과 공간의 전반을 고찰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라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미증유'의 팬데믹으로 건축문화에도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음압시설이나 격리동선 등 낯선 단어와 시설이 생겨나 대표적인 병원뿐 아니라 공공건축물이나 일반 건축물에서도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조 위원장은 “민간에서야 특유의 목적에 맞게 건축하겠지만 불특정 다수가 찾는 공공건축물에서는 팬데믹과 엔데믹을 반영한 건축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이 같은 이유로 25회 인천건축문화제는 '진화'를 주제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인천건축사회는 올해로 20회를 맞는 인천건축학생공모전을 준비하면서 '공공의 진화'를 주제로 설정했다.

주제와 관련해 인천건축사회는 “최근에 발생한 세계적인 팬데믹 현상으로 인해 우리는 인류가 쌓아왔던 연대와 협력이라는 공동체 가치관의 붕괴와 사회적 단절을 경험하였다. 이는 기존의 생활방식이 무너지면서, 사회적 측면으로 직접적인 대응이 절실해지는 시대가 다가왔음을 뜻한다. 일상과 문화의 극적인 변화는 공간과 건축으로 이어지고, 과거의 것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로의 발전을 요하게 되면서, 주민 생활과 직결된 공공건축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역사상 수많은 팬데믹의 위협에도 꾸준히 대응해온 것처럼, 공공건축 또한 관료주의적 획일성을 벗어나 새로운 시대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지역의 정체성 회복과 자율성 기반의 커뮤니티가 지속되는 건축으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 지난해 11월 인천지하철 1호선 경인교대입구역 지하역사에서 열린 2022 인천건축문화제 인천시 건축상 시상식에서 한상을(왼쪽 2번째) 인천시 초일류도시기획관이 대상 수상작인 셀-로스터스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에게 대상을 수여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인천일보 DB<br>
▲ 지난해 11월 인천지하철 1호선 경인교대입구역 지하역사에서 열린 2022 인천건축문화제 인천시 건축상 시상식에서 한상을(왼쪽 2번째) 인천시 초일류도시기획관이 대상 수상작인 셀-로스터스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에게 대상을 수여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인천일보 DB

 

한국에서 손꼽히는 건축행사로 자리매김 위해 조직위원회 상설화 필요

대한건축사협회와 인천시는 최근 인천시 대접견실에서 제21차 아시아건축사대회의 성공적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시아건축사대회는 아시아 22개 건축사단체로 구성된 아시아건축사협의회(ARCASIA) 회원국 상호간의 우호증진과 기술교류 등을 위해 격년제로 개최되는 아시아 건축인들의 최대 축제의 장이다.

내달 필리핀에서 개최되는 제20차 아시아건축사대회에 인천건축사회를 주축으로 대한건축사협회가 대한민국 유치에 나선다.

조 위원장은 “아시아건축사대회는 아시아 지역의 건축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최신 건축 트렌드와 기술,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할 수 있는 중요한 행사”라며 “인천에 2025아시아건축사대회 유치가 확정되면, 2025년 APEC 인천 유치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이 대한민국 건축의 르네상스를 이끌 중요한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5아시아건축사대회 인천 유치전에 뛰어든 만큼 인천건축문화제가 'K-건축'을 선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위원회 상설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안정적이고 수준 높은 문화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상설화가 중요하다. 그래야 지역 학교, 건축가, 건설사가 하나돼 진정한 건축문화를 선도하는 인천건축문화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조 위원장은 인천건축문화제가 한국에서 손꼽는 건축 행사로 자리하려면 재단 등 설립으로 상설화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해마다 조직위원회를 구성해 생업에 있는 건축사들이 봉사정신으로 뛰어들어 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문화제 예산은 인천시와 인천건축사회가 절반씩 마련해 진행한다”면서 “인천건축문화제가 시민과 함께 하는 행사라는 점을 감안해 인천시와 자치단체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재단 설립으로 상설 기구화해 안정적이고 더욱 발전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