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재활시설' 태부족

환자 대비 시설 정원 극소수
시·군 '90% 운영비' 큰 부담
주민 혐오 시설 인식도 문제
▲경기도청사 전경. /사진제공=경기도
▲경기도청사 전경. /사진제공=경기도

수원시에서 정신재활시설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5월 조현병 환자의 보호자 2명이 각각 입소 문의가 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당시 시설은 정원 4명이 다 차 있었다. 게다가 4명 중 3명이 무연고자여서 공석이 생기기 어려웠다. 환자들이 시설에 입소하면 5년 거주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무연고자는 평생 거주할 수 있다. A씨는 “입소 문의를 하는 이들은 대부분 약물 관리가 안 돼서 가정에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분들”이라며 “사정이 딱하고 안타깝지만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경기지역에서 정신질환을 앓는 주민이 정신재활시설을 찾았다가 입소하지 못하는 '정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예산 부족과 인근 주민들의 민원 탓에 시설 확충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8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경기지역 정신재활시설은 65곳이고 정원은 2150명이다. 시설은 의료기관이나 요양시설에서 치료를 끝낸 정신질환자의 사회적응을 돕는 곳이다. 시·군이 설립 신고를 받고 심의하는 등 전반적인 관리 감독 주체다. 도는 학계 연구 등을 근거로 중증정신질환자를 11만576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만큼 환자 대비 시설 정원이 턱없이 부족해 현장에선 애를 먹고 있다.

성남시 한 시설 운영자 B씨는 매달 5건 정도의 입소 문의가 받고 있다. B씨의 시설은 정원이 8명으로 비교적 큰 편이지만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B씨는 “워낙 입소 문의에 거절을 많이 당한 탓인지 안된다는 대답에 바로 돌아서는 환자나 보호자들이 많다”며 “시설이 부족한 현실을 확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군들이 충분한 예산을 갖고 시설 확충에 힘써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군들은 시설 태부족 현상에 대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설은 시·군 90%, 도 10%의 보조금으로 운영돼 시·군 부담이 크다.

최근 3년 동안 시설 운영비는 100억원 안팎에 이른다. 2021년 101억3470만여원, 2022년 105억828억여만원 2023년 132억8216만원 등이다.

여기에 인근 주민들의 시설 혐오로 민원을 제기하는 것도 걸림돌이라는 게 복수의 시·군 관계자 얘기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들어가는 예산이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해마다 인건비도 오르니 시설을 새로 늘리기가 어렵다”며 “시설이 알려지면서 주민 민원이 들어오는 것도 꽤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시·군들의 건의가 들어와 상황은 알고 있지만, 도 역시 추가로 재정을 투입하기가 쉽지 않다”며 “협회나 시민사회 측과도 얘기해 대책을 강구하려 한다”고 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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