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평시장의 대표적인 먹자골목인 시장1길.

양평시장을 대표하는 축제로 만들겠다고 2022년 처음 시작한 ‘물맑은상권워터축제’는 역설적으로 가장 잊힌 축제로 기록됐다.

준비과정 자체가 졸속의 연속이었다. 처음 이 축제는 7~8월에 열릴 예정이었다. 5월11일 수행사 선정을 위한 첫 번째 공개입찰 후 3번의 유찰 끝에 축제 개최일은 10월14~15일로 연기됐다.

축제 개최일을 불과 9일 앞둔 10월6일에야 A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업의 주체인 르네상스 추진단, 양평군, 상인회 내부에서 급박한 일정으로 축제가 제대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급기야 전진선 양평군수도 상인회에 축제 연기나 취소를 권유했지만, 상인회는 10월10일 긴급이사회를 열고는 축제 강행을 결정했다.

축제의 내용도 전통시장의 특색을 살린다는 취지와 거리가 멀다. 축제 대부분은 공연으로 채워졌다. 전체 예산 1억2000만원 중 6000만원이 공연비다. 부실한 축제일수록 공연 비중이 높다는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공연은 축제 부실의 주요 원인이다. 양평시장을 대표하는 축제로 키우겠다고 시작한 축제 예산의 절반을 공연으로 채우는 것은 기획력 부재를 의미할 뿐이다. 축제 수행사의 대표는 “양평시장이라고 하면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서 인기 가수의 공연으로 메울 수밖에 없었다”고 실토했다.

가수들이 공연이 양평시장의 어떤 장점을 부각하고, 많은 사람이 시장을 찾도록 만드는지 전혀 연결되지 않는다.

양평물맑은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원래 계획대로 여름철에 열릴 때 물놀이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어긋나 공연 비중이 높아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양평에는 10년째 매년 여름철 옥천면에서 열리는 ‘옥천물축제’가 이미 있고, 그해 이 옥천물축제는 코로나19로 취소됐다. 기존에 있던 축제와 이름과 내용조차 비슷한 축제를 양평 전통시장의 특색을 살린 축제로 만들겠다는 계획 자체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급박한 일정 때문에 축제가 열린다는 홍보조차 제대로 못 했다. 축제 하루 전날에야 간신히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고, 축제 전날 밤을 새워 간신히 무대를 만들었다. 축제 예산으로 편성된 돈을 지금 쓰지 않으면 못쓴다는 듯이 예산을 소진하기에 급급한 축제였다.

축제가 끝난 후 축제 수행사인 A업체와 공연 하청받은 B, C 업체 사이에 공연비 1800만원이 미지급됐다며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현재 이 사건은 양평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이런 와중에 상인회의 특정 간부가 축제 대행사로부터 뒷돈을 받기로 했다는 근거를 확인할 수 없는 소문도 돈다.

르네상스 사업 중 2022년 완료한 매운음식거리 조성 사업은 선후가 뒤바뀐 대표적인 부실 사례로 꼽히고 있다.

다음은 지난 6월13일 양평군의회 행정사무 감사 속기록 내용이다.

황선호 위원 : 매운 음식 파는 데가 몇 군데나 있어요?

일자리경제과장 : 두 군데로 알고 있습니다.

황선호 위원 : 4억5000만원 들여서 두 군데 홍보해 주시는 거예요?. 그렇죠? 조금….

일자리경제과장 :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 초록색 차양의 옷 가게도 빨간색 차양이 설치됐으나 가게 콘셉트와 맞지 안는다고 1년도 안돼, 철거하고 초록색 차양을 재설치했다.

이 사업은 양평시장의 대표적인 먹자골목인 시장1길 아케이드 구간을 약 260m 정도 확대해 매운 음식 특화 거리로 조성하겠다는 것이 기본 취지다. 하지만 사업이 완료된 2023년 현재 사업대상 구역에 매운 음식점은 단 한 군데도 늘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매운 음식’과 상관없는 옷가게만 늘어났다.

처음 260m로 기획했던 사업 대상지는 100여m로 축소됐다. 대상 점포도 40곳에서 20곳으로 줄었다. 현재 해당 구역에는 1층과 2층을 포함해 총 28개 점포가 있다. 이중 음식점은 12곳이고 매운 음식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음식을 파는 곳은 닭발집 2곳과 떡볶이집 1곳이 전부다. 나머지는 의류점 6곳, 이·미용 3곳, 유흥주점 3곳, 부동산, 피시방, 점집 등 매운 음식과 거리가 먼 점포가 절반이 넘는다.

매운음식거리 사업은 매운 음식을 파는 식당이 모여들면 특색있는 골목으로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취지였다.

▲ 설치된지 1년도 안 돼 바닥에 나둥그러진 매운음식거리 안내간판. 구체적인 목표와 실행계획이 없는 양평 르네상스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이번 르네상스 사업에서는 물맑은 매운음식거리라고 인쇄된 빨간색 차양과 거리도색 등 실체 없는 치장에만 4억5000만원을 쏟아부었다. ‘매운음식거리’라는 진입 간판을 보고 들어서면 애초 초록색 차양의 옷 가게도 빨간색 차양이 설치됐으나 가게 콘셉트와 맞지 않는다고 1년도 안 돼 철거하고 초록색 차양을 재설치한 것이다.

실질적인 내용의 변화 없이 무늬만 ‘매운음식거리’로 이름을 붙이는데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 것이다.

사업비의 집행도 의문이다. 상인들의 참여 부족으로 대상지가 축소됐지만, 예산은 전액 집행됐다.

르네상스 추진단에서는 사업자 입찰이 지연돼 동계공사를 할 수밖에 없어서 발행하는 하자보수 비용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양평군이 군의회에 제출한 지출명세서를 보면 20개의 전동차양 제작에 8675만원이 들었다. 평균 길이 3~4m 차양 1개당 43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 셈이다. 비교를 위해 양평군의 두 군데 차양 업체에 같은 사양의 제품 견적을 받아본 결과 설치비용까지 포함해 130~150만원을 제시했다. 양평군 현지 시장 가격보다 3~4배 비싼 가격이다.

본질적 내용의 변화 없는 ‘무늬만 매운음식거리 사업’에 4억5000만원의 세금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6월13일 양평군의회 행정사무 감사에서는 양평군이 2021년부터 5년간 추진 중인 르네상스 사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의원들은 8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르네상스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감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양평군도 사업추진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감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양평=글·사진 장세원 기자 seawon80@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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