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엔 아직 시립미술관이 없다. 전국 특·광역시는 물론 중소도시에도 있는 시립미술관이 존재하지 않아 시민과 관계자들에게 큰 아쉬움을 던져준다. 전시 행사와 체험 프로그램 등을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넘어 개탄스러움을 표하기도 한다.
개항(1883년) 이후 각종 근대문물을 도입해 수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데도 미술관이 없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인천시의 의지가 충분하지 못했음을 들 수 있겠다. 도심에서 다채로운 문화예술을 즐길 매개체 구실을 하는 미술관 건립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뜻이다. 시가 나섰으면 될 일을 미루고 미뤄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여겨진다.
인천은 일찌기 국제도시로 변모하기까지 '입지적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서울보다 먼저 세계 신문명이 들어온 길목임을 과시했다. 국내 최초로 시작된 문물들이 많은 이유도 그래서다.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광복 이듬해인 1946년 4월 우리나라 첫 공립박물관이 인천에 문을 연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인천 문화의 역사와 가치를 높이는 계기로 작용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선사시대부터 근대 개화기까지 소장 유물이 1만여점에 이른다. 77년의 역사를 간직한 인천시립박물관(연수구 청량로)은 이제 새로운 희망을 안고 '다음'을 향한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시립박물관을 옮길 장소는 '인천뮤지엄 파크'이다. 이 곳은 미술관·박물관·예술공원 등을 결합한 전국 최초의 복합문화시설이다. 연면적 4만2828㎡ 규모로 미추홀구 학익동에 들어선다. 당초 2025년 말 개관을 목표로 했으나, 국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며 예산 부담을 키워 2027년 5월 개관으로 계획을 늦췄다. 지난해 12월엔 인천뮤지엄파크의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이 발표되기도 했다.
인천뮤지엄 파크 건립 윤곽은 이미 그려졌다. 지금은 '글로벌 도시'에 걸맞은 기관으로 어떻게 설립해야 할지 고심을 거듭할 시점이다. 지역에서 박물관이 문화시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국내외 사례들을 기반으로 나아갈 길을 제대로 세워야 할 때다.
시를 대표하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일은 국내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방안이다. 두 기관이 상생하며 서로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으라고 주문한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문화도시 비전을 제시하는 공간으로 자리잡길 바란다.
우리나라 첫 공립박물관의 도시 인천은 이제 박물관과 미술관이 한데 어울어지는 또 다른 '최초'를 만들어낼 참이다. 시민들에게 폭넓은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할 인천뮤지엄 파크의 개관을 학수고대한다.
/이문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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