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소속 장비 임대 강요
불응시 집회 열어 공사 방해
▲ 지난해 11월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로더 노조원이 장비반출용 트레일러 차량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차량 밑으로 들어간 모습./사진제공=경기남부경찰청
▲ 지난해 11월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로더 노조원이 장비반출용 트레일러 차량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차량 밑으로 들어간 모습./사진제공=경기남부경찰청

건설현장에서 자신들이 속한 노조의 장비를 써달라고 요구하며, 불응시 집회를 열어 공사를 방해한 노조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공동공갈 및 업무방해 혐의로 대한건설산업노조 로더 총괄본부 본부장 A씨 등 집행부 3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 등은 2020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초공사가 진행 중인 전국의 공사현장 10여곳을 대상으로 로더 노조 소속 장비를 임대하도록 업체에 강요하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집회를 열어 공사를 방해하는 수법으로 15억원 상당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집회에서 개 짖는 소리나 아기의 울음소리, 총소리 등을 반복 재생해 공사현장의 노동자들이 일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소음을 견디지 못한 주민들의 민원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업체를 압박했다.

피해 업체들은 기존 장비 임대료보다 더 비싼 돈을 로더 노조에 내고 장비를 빌리거나, 심지어 사용하지도 않은 장비 임대료를 지급해야 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등은 집회만 전담하는 노조원을 따로 고용하고, 대규모 집회가 필요할 때는 일당직 용역을 동원해 범행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은 경찰에서 “정당한 집회였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일이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구속 송치한 A씨 등 3명 외에 다른 노조원 7명을 공범으로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피해 현장이 수십 곳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에 엄정히 대응하고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