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미관 개선 아이디어로 유행
수원시 관광지 내 '수천개' 설치

길 좁아져 휠체어 통행불편 늘자
인권센터 개선 권고에 철거 조치
무게 탓 크레인 동원 '비용 부담'
▲ 지난 2월 인권단체인 한국인권진흥원에서 행궁동 일대 현장조사에 나선 결과, 대형 화분 탓에 휠체어가 지나기 어려운 구간이 다수 확인됐다. /사진제공=한국인권진흥원

오래 전 수원지역 마을과 관광지 곳곳에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꼽히며 유행처럼 들여졌던 '대형 화분'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보행자 이동을 방해하는 불법 적치물로 지적받으면서다. 시는 철거 방침을 세웠지만, 워낙 무거워 작업도 힘들고 비용도 걱정해야 할 처지다.

19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지역 내 초화(꽃이 피는 풀) 식재가 가능한 대형 화분을 철거하는 내용의 보행 편의 증진대책을 실시 중이다. 이는 지난 5월 시 인권센터의 제도개선 권고가 나온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앞서 시 인권센터에는 보행권 침해를 이유로 한 진정이 제기됐고, 시민인권보호관 등이 약 3차례에 걸쳐 현장조사 및 정책 파악 등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시 인권센터가 집중적으로 살펴본 장소는 팔달구 행궁동 일대다. 행궁동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화성행궁 등 관광지와 전통시장이 있다. 마을 문화와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과거부터 있었고, 그중 하나가 화분 설치였다.

시민들이 다니는 길모퉁이에 화분을 둬서 눈에 보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다. 화분이 있으면 쓰레기 무단투기와 불법 주정차를 예방한다는 이중효과도 기대했다.

▲ 지난 2월 인권단체인 한국인권진흥원에서 행궁동 일대 현장조사에 나선 결과, 대형 화분 탓에 휠체어가 지나기 어려운 구간이 다수 확인됐다./사진제공=한국인권진흥원
▲ 지난 2월 인권단체인 한국인권진흥원에서 행궁동 일대 현장조사에 나선 결과, 대형 화분 탓에 휠체어가 지나기 어려운 구간이 다수 확인됐다./사진제공=한국인권진흥원

화분 모양도 사각형·원형을 비롯해 U자형 말뚝, 의자와 합친 혼합형 등 다양하다. 시 인권센터는 총 길이 1000여m 도로 양쪽에 있는 보행로에만 170개 넘는 화분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는 대부분 화분이 시민 보행을 불편하게 하고,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여유롭지 않은 보행로에 화분이 생긴 탓에 2명이 나란히 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아진 것. 특히 교통약자의 경우 이동권 침해 소지가 다분했다. 시 인권센터 조사결과, 화분이 위치한 보도 지점 가운데 절반은 폭 1.2m에 미달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서 휠체어 사용자 통행에 제시한 유효폭 기준은 2.0m, 지형상의 원인이 있어도 1.2m가 최소치다.

화분 탓에 휠체어가 아예 지날 수 없는 폭 0.8m 미만인 곳, 화분이 점자블록을 가린 곳도 파악됐다. 게다가 화분은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적치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 인권센터는 이에 적치물 제거, 대책 수립 등을 시에 요구했다. 그러나 시는 요구를 받아들이면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선 전 지역과 관광지에 비슷한 사례가 너무 많다. 그동안 팔달구만 아니라 각 행정복지센터, 주민단체, 상인회 등에 의해 추진된 화분이 수천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 무릎만 한 높이에 철제로 된 화분은 사람 손으로 옮기지도 못한다. 실제 시는 5개월 동안 행궁동 주변 화분 철거에 나섰는데, 약 30%는 현재까지 처리 못 하고 있다.

▲ 지난 2월 인권단체인 한국인권진흥원에서 행궁동 일대 현장조사에 나선 결과, 대형 화분 탓에 휠체어가 지나기 어려운 구간이 다수 확인됐다./사진제공=한국인권진흥원
▲ 지난 2월 인권단체인 한국인권진흥원에서 행궁동 일대 현장조사에 나선 결과, 대형 화분 탓에 휠체어가 지나기 어려운 구간이 다수 확인됐다./사진제공=한국인권진흥원

시 관계자는 “사이즈가 있는 화분은 인력으로 어떻게 하지 못해 남아있다”며 “크레인이 와서 철거해야 하는데 비용도 어느 정도 들어가기 때문에 전반적인 개선까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년여 전부터 시에 해결을 요청한 이재원 한국인권진흥원장은 “설치 자체가 불법이기도 하지만, 이후 관리도 잘 안 돼서 담배 재떨이나 쓰레기통으로 쓰이는 등 활용 가치가 전혀 없다”며 “제도개선과 철거를 결정한 시 인권센터 및 지자체를 높게 평가한다. 다만 실질적인 이행에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