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행안부 '예산 절감' 명목
행정기관에 '알림톡' 활용 협조 당부
15일 서버 마비 사태로 장시간 '먹통'
돌발 상황 발생 시 행정 혼선 불가피
“정부 가이드라인 없어…대응 방안 고민”
▲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재난 대응 부실 논란까지 불거진 카카오와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락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화면에 이날 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의 주가 그래프가 표시되어 있다. 이날 카카오 계열사 네 종목 시초가는 전 거래일과 비교해 7~8%대 급락했다. /연합뉴스

초유의 '카카오 서버 먹통 사태'로 지방자치단체에 때아닌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저렴한 비용 등의 장점만 바라보고 행정 안내 서비스를 카카오와 연계했던 곳이 많은데, 이번에 전혀 예측하지 못한 '리스크'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1년여 전 지자체에 카카오 이용을 권장하면서 비상을 대비한다고 밝혔으나, 아직도 일선에 매뉴얼 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기사 6면 <카카오사태, 8년 전 삼성 떠올라…정부 “데이터센터 '국가 관리' 재추진”>

▶관련기사 10월17일자 1면 <[카카오 서비스 최장기간 장애] 주말 동안 '먹통'…재난 대응 '구멍 숭숭'>

17일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여러 지자체는 행정기관의 문자 전송 서비스를 카카오톡을 통해 실시하고 있다. '알림톡'이라고 불리는 해당 서비스는 민원처리 과정부터 프로그램 이용 예약, 시설 대관, 민방위 교육 통지, 세금 납부 등 각종 안내를 시민이 카카오톡에서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코로나19를 비롯한 각종 재난예보·안내도 카카오톡으로 전하고 있다.

시민들의 관점에서는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등의 일상생활에서 받는 안내도 카카오에서 받을 정도로 이미 관련 서비스가 활성화된 상태다.

서비스 도입 시기는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비대면 안내가 잦아진 지난해 들어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해 5월 행정안전부가 '통합메시지 관리시스템'을 기반으로 직접 서비스 확대에 나서기도 했다. 행안부는 당시 중앙부처와 지자체 등 이용기관의 협조를 당부하는 등 적극 움직였다. 그 이유로는 40억원가량(메시지 60% 전환 기준) '예산 절감'을 꼽았다.

실제 지자체들은 기존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문자 안내보다 건당 약 50% 낮은 수준의 비용으로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경기도 최대 대도시인 수원시의 경우 문자 건당 9.35원을 지출해왔다가 4.9원인 카카오로 전면 전환했다. 시는 최근 월평균 약 47만 건에 달하는 안내를 카카오로 전송했다. 부가가치세 10%까지 고려하면 예산을 아끼는 효과가 분명히 있었다.

김포시도 마찬가지로 건당 14원쯤 주고 썼던 문자 안내에서 7원인 카카오 서비스로 바꿨다.

문제는 서비스 중단 등의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다. 지자체들은 카카오 직접 계약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정보통신·솔루션·커뮤니케이션·애플리케이션·서비스대행 등의 업체 용역으로 한다리 건너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조다. 이에 서비스 중단 원인, 복구 단계와 예상 시일을 지자체가 신속히 파악하기 어려워 대체 수단 활용 등에 있어 혼선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행안부는 백업 회선 확보, 상시 모니터링 구축 등으로 앱 장애와 같은 오류에 대비하고 안정성을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행정 안내 서비스를 놓고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예방 지침을 받은 적 없다고 입을 모았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계약과 비상시 대응 판단을 모두 자체적으로 해야 하고, 서비스 마비에 따른 정부 가이드라인 같은 건 있지 않다”며 “시민들에게 직접 연결되는 서비스인 만큼, 향후 비슷한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할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5일 오후 3시 33분쯤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캠퍼스 A동 지하 3층 전기실에서 불이 나 카카오톡 등 계열사 서버가 대부분 마비됐다. 다행히 주말이어서 카카오 알림톡에 의존한 지자체 행정 안내 서비스는 큰 혼란을 피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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