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지식 너머 '주인 의식' 깨우치다

 

[인터뷰] 양자경 광휘고 교장

“논의·협의하는 분위기 만들기 위해 노력”…학내 곳곳에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마련
“사회 급속하게 변하고 있어 주도성 필요…학생 스스로 도전할 수 있는 아이로 키워”

▲ 양자경 광휘고등학교 교장./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 양자경 광휘고등학교 교장./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논의하고 협의하는 학교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양자경 광휘고등학교 교장은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노력한 부분을 묻는 말에 이같이 밝혔다.

양 교장은 “대부분 고등학교처럼 대학 입학만이 모든 목적인 것처럼 학교가 움직이는게 아니라 대학에 진학해서 앞으로 학생이 어떻게 인생을 설계하고 싶고 또 어떻게 살아갈지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끔 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광명시 소하동에 있는 광휘고등학교는 지난 2013년 개교한 학교다. 과거 개교하자마자 지역 내 다른 학교들과 비교를 당하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양 교장은 취임 후 이같은 문제를 바꾸고자 노력했다. 노력 끝에 학교 분위기를 서로 소통하는 형태로 바꿔 학생 스스로가 '내가 주인이다'는 주인 의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결론이 났다.

학생이 소통하기 위해서는 일단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교직원들이 소통과 협력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봤다.

양 교장은 “학교에 가면 즐겁고 서로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이 먼저 해야 한다고 봤다”며 “선생이 학생을 열심히 가르치고 소통하고 협력하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행복과 소통을 하게 된다”고 했다.

이후 광휘고 곳곳에서는 소통을 위한 공간이 생겼다. 작은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 전체 학생과 직원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복도 곳곳 등에도 공간들이 생겨 누구나 바로 옆에 앉아 대화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학교도 바뀌었다. 이제 광휘고는 학생들에게 '가고 싶은 학교'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양 교장은 “저만 해도 학창 시절에는 주입식 교육이 당연했다. 그런데 지금의 사회는 우리가 살아온 시대보다 굉장히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주도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광휘고는 학생들이 주도성을 키워주기 위해 달려가는 도전과 양성이라는 주제로 교육하고 있다. '안돼, 위험해, 넘어지면 다쳐'라는 것이 아닌 학생 스스로 새로운 것에 부딪혀 도전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우리가 만드는 광휘고등학교]

선생님과 수업 개선 머리 맞대고 자율교육과정 활동 정하고

▲ 11월3일 학생의 날 학우 동행 행사 모습./사진제공=광휘고등학교

▲학우 동행, 11월3일 학생의 날·응원의메시지 나눔 프로젝트

광휘고 '학생의 날 응원의 메시지 나눔 프로젝트'는 1929년 11월3일 광주에서 일어난 학생들의 항일 운동을 기르고 이를 발전시켜 청소년들 또한 현 사회의 주체임을 알리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11월3일 학생자치부는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응원의 메시지와 학생의 날 역사 문제지, 간식을 전달했습니다.

활동지 제작에서부터 캠페인 기획, 간식 포장, 엽서 제작 등 모든 과정에서 소외되는 자치회 인원 없이 모두가 주체로 활동했습니다. 실패하더라도, 실수하더라도 이를 발판으로 계속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그 안에서 개인은 맡은 일에 부담 없이 책임감 있게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 탐구 동행 활동 사진./사진제공=광휘고등학교

▲탐구 동행 '바라봐, 너의 시선으로'

탐구 동행 프로젝트는 학생의 아이디어 제안이 대형 프로젝트로 이어진 사례입니다. 학생자치회 회의날 한 친구는 “우리 학교가 유네스코 학교 네트워크에 소속된 만큼 인권과 평화 지속 가능한 발전 등의 사회문제에 관해 탐구해보는 것 어떻냐”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처음 의견에 의견을 더하고 조언과 지원을 받아 책과 미디어 매체를 통한 자유 주제 탐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학기 말에는 자신이 그간 탐구했던 주제를 다른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1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프로젝트를 하며 소그룹으로 역할을 분담해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작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어떤 일을 진행할 때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 사제 동행 간담회 모습./사진제공=광휘고등학교

▲사제 동행 간담회

광휘고 학생자치회는 학생과 교사 간 편안한 소통을 통해 더 나은 수업을 만들기 위해 사제동행 간담회도 기획했습니다. 사제동행 이전에 자치 시간을 통해 '1학기에 비해 나의 배움의 태도는 어떻게 달라졌는가?', '잘 배우기 위해 수업시간에 내가 혹은 우리가 노력할 점은 무엇인가?', '내가 수업시간에 잘 배웠던 때가 언제인가?', '잘 배우기 위해 선생님께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등 4가지 질문을 논의한 적이 있습니다.

사제동행에 참여한 학급 대표들은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솔직하게 대표했습니다. 선생님들은 소통을 통해 더 나은 수업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사제동행은 좋은 수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로 작용했고 수업내용은 바뀌었습니다. 또 학생은 수업이 그저 듣는 게 아닌 상호작용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줬습니다. 그 결과 광휘고 수업은 학생과 선생님이 협력하는 성향이 강한 수업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 12월 자율교육과정 인권의 날 사진.

▲12월 자율교육과정

12월28일부터 31일까지 총 4일간 진행된 '12월 말 자율교육과정' 프로젝트는 2학기 말에 성적 확인이나 생활기록부 작성으로 인해 실질적 '배움'이 적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에 착안해 '우리가 어떻게 학생들에게 배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인권의 날, 기후의 날, 송년의 날로 구성된 프로젝트는 학생과 교사가 함께 끊임없이 논의하며 직접 활동을 선정하고 디자인하고 필요한 모든 것들을 제작하면서 진행됐습니다.

인권의 날에는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국민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미등록 이주 아동'에 대해 알아보고, 이들이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기 위해 관련 책을 쓴 작가님을 초빙했습니다. 강의를 듣고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인권' 활동을 통해 자신이 보장받아야 하는 인권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달았습니다.

기후의 날에는 환경 관련 다큐멘터리 혹은 영화를 시청하는 활동과 인터넷에서 환경 관련 사진을 찾아 설명을 적고 사진전 형태로 공유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이를 통해 범지구적 기후변화 및 환경문제에 조금 더 다가가고, 환경 보호를 위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또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채식 식단 만들기' 활동을 통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채식 식단을 설계해 영양사 선생님께 전달하고 다음 학년도 급식 메뉴로 반영되기도 했습니다.

송년의 날은 학급 내 하고 싶은 활동을 직접 선정해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시간이었습니다. 언뜻 보기엔 매우 실험적인 활동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각 학급의 임원이 여러 차례 회의로 생긴 노하우로 자신의 역할을 했습니다.

▲ 태영준 학생자치회장(좌측)·신승우 학생자치부회장(우측).

/광휘고 태영준 학생자치회장·신승우 학생자치부회장


 

[광휘고등학교 봉사 동아리 '자가지기']

코로나 없는 세상서 더 활발하고 다양한 활동 해보고파

▲ 한유민(왼쪽부터), 남푸름, 최수현, 한가인 광휘고 학생./사진제공=광휘고등학교
▲ 한유민(왼쪽부터), 남푸름, 최수현, 한가인 광휘고 학생./사진제공=광휘고등학교

광휘고등학교 '자가지기'란 자신을 낮추어 남에게 봉사한다는 뜻입니다. 즉 '작아지기'라는 의미입니다. 봉사에 관심이 많고 뜻이 맞는 학생들끼리 모여 만든 정규동아리로 광휘고 개교 이래로 현재까지 '내가 만드는 자원봉사'를 기획해 매년 성실하게 실천하고 있습니다. 영역별 대표적인 봉사활동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광명역세권 휴먼시아 1단지 경로당 어르신과의 인연을 지속해서 유지하며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음식을 받으셨을 때 좋아하시는 모습을 상상해보며 장조림과 무생채를 만들었습니다. 반찬을 만드는 활동은 처음 재료 준비부터 조리까지 직접 다 했고, 특히 장조림은 양념이 졸여질 때까지 계속 저어야 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 방역물품 만들어 나누기./사진제공=광휘고등학교
▲ 방역물품 만들어 나누기./사진제공=광휘고등학교
▲ 어르신을 위한 음식 만들어 전달하기./사진제공=광휘고등학교
▲ 어르신을 위한 음식 만들어 전달하기./사진제공=광휘고등학교

코로나로 인한 감염을 막기 위해 비누와 마스크 스크랩을 만들어 어르신들과 학교 선생님들,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활동도 했습니다.

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인형극이라서 교훈과 깨달음을 주기 위한 내용으로 구상하며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또한 인형극에 쓰일 인형의 종류를 알아보고 특징을 조사하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다음엔 꼭 인형극 공연도 해보고 싶습니다.

'자가지기'는 세대가 함께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나를 둘러싼 환경과 이웃을 위해 실천하는 봉사'라는 것을 자가지기 동아리 모든 학생이 공유하고 있으며, 코로나 없는 세상에서 더욱 활발하고 다양한 활동을 해보기를 희망합니다.

▲ 인형극 대본 구상하기./사진제공=광휘고등학교
▲ 인형극 대본 구상하기./사진제공=광휘고등학교

/광휘고 3학년 한유민 2학년 남푸름·최수현·한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