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기자가 하는 일의 절반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일을 위해, 취재를 위한 만남이 대부분이다 보니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얕은 관계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관계가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회적 약자라 불리는 이들과 얽힌 인연들이 대체로 그랬다. 인천 한 재개발 구역에 사는 80대 할머니 역시 그런 관계다.

“할머니 잘 지내시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명절에 어디 가세요?”

“명절이라 뭐 다를 게 있나. 갈 데도 없고, 올 사람도 없어. 매일 똑같아.”

지난 추석 때 안부를 여쭸을 때와 똑같은 대답이다. 할머니는 지난 추석도 혼자 맞았다. 남편은 없고 딸과 아들이 있지만 아들은 의절했고 딸은 연락만 하고 지내는 정도다.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풍요로워야 할 명절. 그런 명절이 누군가에게는 더 짙은 외로움과 쓸쓸함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고향으로 차를 몰고 떠나는 길에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평소보다 많은 손님으로 쉴 틈 없는 휴게소 노동자들의 텅 빈 눈동자도 마주할 수 있었다.

삶에는 언제나 이면이 있다. 보이는 것 너머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시끌벅적한 축제 뒤에는 그 한순간 축제를 위해 밤새 준비한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고, 축제를 즐길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도 많다.

민족 대축제인 명절 역시 그렇지 않을까. 일손을 대부분 놓는 명절에도 누군가는 일터로 나가 우리 사회 일상이 유지되도록 노력한다. 경부선 하행 고속도로 한 사고지점에서 봤던 경찰과 소방대원들도 그들 중 하나다.

2022년 설 명절은 평일에 연휴 있었던 이른바 황금연휴였다. 볕이 짙을수록 그늘도 짙은 법이다. 최고의 명절이 누군가에게 더 힘들고 외로운 명절이 될 수도 있었음도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는 연휴가 됐기 바라는 마음이다.

 

/이창욱 탐사보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