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수 경기본사 정경 부장
현행 공직선거법은 시·도의회가 지방의회 선거구 및 의원정수를 조례로 정할 때 선관위를 중심으로 해서 만든 선거구획정안을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연히 존중을 받아야 할 선거구획정위원회 안은 도의회 안행위에서 무참히 짓밟혔다. 경기도의회 한국당이 주도한 이날 안행위 심의에서 획정안을 2인 선거구 84곳, 3인 선거구 74곳 등 158곳으로 수정했다. 이 안건을 넘겨받은 경기도의회 안행위는 늦은 밤까지 심의를 했지만 위원회 다수를 차지한 한국당에 밀려 결국 민주당의원들이 퇴장하면서 상임위를 통과했고, 본회의에서도 큰 마찰 없이 통과됐다.
이날 상황을 보면 민주당과 한국당이 4인 선거구를 놓고 마찰을 빚은 듯 보였지만 이는 '정치쇼'에 불과했다. 민주당은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어 자율투표를 하기로 결정했다. 자율투표는 의원의 정치적 소신에 따라 투표하라는 뜻이다. 민주당은 4인 선거구제 확대를 당론으로 정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없는 듯했다. 민주당은 마음만 먹으면 한국당이 통과시킨 상임위 안을 본회의에서 부결시킬 수도 있었다. 그런데 왜 자율투표를 결정했을까.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의원들끼리도 4인 선거구를 놓고 격론이 오갔고 결국 결정을 하지 못해 자율투표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이런 민주당 해명에 소수정당과 시민사회는 '야합'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민주당은 못 이기는 척 자유한국당에 끌려갔다"며 "도의회는 그나마 있던 4인 선거구 2곳을 없애 정치적 다양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설곳없는 소수정당
물론 경기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기초의원 당선자의 47.9%와 39.3%를 두 당이 나눠 가졌다. 소수정당은 12.8%에 불과했다. 다양한 사회의 다양한 세력의 목소리는 거대정당의 전횡에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런 거대 정당의 나눠먹기식 선거로는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지역사정에 맞게 반영하는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없다. 대동맥은 대동맥대로, 실핏줄은 실핏줄대로 기능해야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과 같다. 이런 의석 독점이 가능한 이유는 한 지역구에 의원을 두 사람씩 뽑는 2인 선거구 제도 탓이 크다. 선거구를 잘게 쪼개 소수의 인원을 뽑다 보니 인지도 높은 정당 후보들만 당선되고 소수 정당 후보들은 밀려나고 있다. 이런 폐해를 보다 못한 시민사회가 추진한 것이 4인 선거구 확대였다. 그러나 시민사회 목소리는 '거대정당의 벽'을 넘지 못했다.
# 선거구 획정도 연정인가.
이날 민주당과 한국당의 일치된 모습을 보면서 며칠전 종료를 선언한 '경기연정'과 '오버랩'됐다. '졸혼'이니'이혼'이라며 경기연정 종료선언을 놓고 비아냥 섞인 목소리도 많았다. 특히 연정 종료 이후 경기연정의 정신이 움직이지 않을 것을 식자층은 걱정했다. 그것은 기우였다. 거대 정당은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연정은 '배려'와 '양보'의 정치다. 그것이 연정 정신의 핵심이다. 그러나 '공룡 정당'의 식탐 앞에서는 배려과 양보의 정치는 헛구호에 불과하다. 이러한 정치구도에서 6·14 지방선거 이후 경기도에서 새로운 형태의 연정은 꿈도 꿀수 없지 않을까. 우리 정치의 씁쓸한 단면을 지켜보며 '촛불' 이후 치르는 이번 지방선거에 경기지역 유권자들은 정치권에게 어떠한 일깨움을 줄 것인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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