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셔보셔요. 삼목원에서도 맛 볼 수 없는, 더더구나 경성에서는 맛 볼 수 없는 특별한 요리에요. 제가 주방에 미리 부탁해 특별히 공수해 온 것이지요." 유신방 앞에 앉은 나운규는 묵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청포묵보다는 색이 탁하고 흐물흐물해보이는 그것을 떠먹었다. 고개를 갸웃하더니 한 번 더 떠먹었다. "으음, 처음 먹어보는 맛이야. 색다른 맛인 걸? 이름이 뭐라고?" -양진채 장편소설 <변사 기담>중에서

어느 자리에 갔다가 인천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변사 기담>을 읽은 분이 벌버리묵이 인천 음식이냐고 물어왔다. 생선껍질을 버리지 않고 말려두었다가 물에 불려 은근한 불에 졸인 다음 하루쯤 차게 식히면 그게 벌버리묵이었다.

필자도 우연히 벌버리묵 얘기를 듣고 소설에 녹여낸 얘기로 이 벌버리묵을 인천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서지 않았다. 생선이 지천으로 있는 곳에서는 이 벌버리묵을 해먹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져보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백과사전에는 이 벌버리묵을 박대묵, 벌벌이묵이라고도 불린다고 기록하면서 참고사항으로 '벌버리묵은 영종도 근해에서 많이 잡히는 박대생선의 껍질을 이용해서 만든 묵으로, '벌벌이'란 이름은 칼로 썰어 접시에 담아 놓으면 힘없이 벌벌 떤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기록하고 있었다. 박대껍질이 질겨 보통은 벗겨서 살짝 말린 다음 파는데 벗긴 박대껍질을 버리지 않고 묵을 만드는 지혜라니. 그야말로 콜라겐 덩어리묵이 아닌가.

블로그나 카페 글에서 '무의도에선 벌버리묵 없는 겨울은 상상할 수도 없다'거나 '비리지 않으면서 쫄깃쫄깃 씹히는 질감이 좋다'는 글, '영종도와 무의도, 용유도에서 옛날에 박대 생선껍질을 이용해 묵으로 만들어 명절이나 잔칫상에는 빠지지 않고 내놓았다.'라는 글들도 있었다. 아마도 생선 껍질 중에서도 박대 껍질이 두꺼워 콜라겐이 많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이쯤이면 벌버리묵을 인천음식이라 할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선껍질로 만든 묵이라니. 그 맛이 자못 궁금해졌다. 추운 겨울 어느 날, 영종도나 무의도, 용유도의 어느 밥집에 들어가 바닥이 따뜻한 방에 앉아 벌버리묵을 먹어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