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엄마인 내가낯설지만
이런 중년이어도괜찮습니까?
▲ 강안 지음, 들녘, 232쪽, 1만3800원
▲ 강안 지음, 이후, 232쪽, 1만2000원

아이 둘을 키우면서 박사 과정을 공부한 강안 작가가 양육을 둘러싸고 불안해 하는 엄마들을 위로하기 위한 책 <오늘도 엄마인 내가 낯설지만>과 중년여성의 정체성과 삶의 속살을 진솔하게 들려주는 책 <이런 중년이어도 괜찮습니까?-중년 여성 사용 설명서>를 잇따라 출간했다.

부모와 청소년을 위한 영화 인문학과 시민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를 해오고 있는 저자는 흔한 육아 관련 도서 한번 읽어본 적 없었기에 아이들을 키울 때 불안했다. 하지만 그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은 '나는 나'라는 주문이었다.

남들이 어떻게 하든, 그들이 뭐라고 하든 내 방식대로 하면 된다던 그녀는 스스로 영화와 책을 골라 아이들에게 보이고 읽히며 '강요와 방목 사이' 그 어디쯤에서 두 아이를 어엿하게 키워냈다. 다 성장한 아이들은 적절히 강요하고 적당히 방목했던 양치기 엄마를 여전히 사랑하고 존경한다.

<오늘도 엄마인 내가 낯설지만>은 저자가 어떤 영화를 고르고 어떤 책을 읽혔는지에 대한 것이 아니다. 모든 엄마는 다 다른 사람이고 각자 처한 상황은 제각각인 만큼 내 방식대로 하기를 주저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누구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마음 근력을 키우는 데 유용했으며, 아이 문제로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마다 독일어 주문을 되풀이했다. 'Ich bin ich, 나는 나!'

또 다른 저서 <이런 중년이어도 괜찮습니까?-중년 여성 사용 설명서>는 작가가 일상의 삶에서 겪고 관찰한 중년 여성의 삶을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다. 쉽게 읽히지만 가볍지 않고, 묵직하면서 투명한 에세이다.

위트넘치는 문체로 이웃들의 이야기를 살갑게 들려준다. 중년여성을 바라보는 고루한 사회적 시각에 대한 유쾌한 반전과 도발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여성의 눈으로 바라 본 중년 여성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묻어 있다.

작가는 "마흔이란 숫자를 감당하기 힘들어서 혼자 인도를 떠돌며 통과의례 겪듯 힘겹게 사십 고개를 넘었더니, 오십까지 이르는 건 순식간이었다. 남편과 아이들 건사하느라 정신없이 보낸 날들을 뒤로 하고 육십이 가까워지니, 지금껏 지나온 세대 누구도 살아본 적 없는 풍요로운 사회에서 중년의 시간을 보내는 또래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지하철에서 큰소리로 댄스 파트너 남자에 대해 통화하는 여성, 한 달에 한 번 있는 친구들 모임에 외손주 데리고 나왔다가 구박을 받는 친구, 모임 날짜를 착각해 엉뚱한 날에 외출하는 지인, 치매 유치원에 다니는 시어머니를 딸처럼 부양하는 아파트 이웃, 온 동네 사랑방 과일 가게 옥자 씨….

중년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보니 누구랄 것 없이 열심히 살았고, 지금 또한 그렇게 살고 있다.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이들이 없다. 따뜻한 애정으로 그네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시선 덕에 읽는 이도 자연스럽게 그 삶에 녹아들게 한다.

중년 여성이 살아온 희로애락의 치열한 삶의 과정을 번뜩이는 지성과 감미로운 서정으로 풀어내는 저자는 "중년의 강을 건너는데 늘 맑은 날일 수는 없을 것이다. 비와 바람, 때론 눈폭풍이 몰아칠 수도 있겠지만, 그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라면서 "폭 익은 고구마처럼, 달고 따끈한 할매가 되고 싶다"고 달관의 시선을 보낸다.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