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도자박물관 '이천 해강도자미술관' 재정난에 소유권 이전
평택 국제대, 건물·토지 개인에 매매 … 도자기는 시와 입찰계약 중
▲ 15일 오전 국내 첫 도자박물관이자 한국도예의 산실인 이천시 신둔면 해강도자미술관 앞 입간판이 쓰러진 채 방치 돼 있다. 현재 미술관은 운영난으로 개인에게 팔렸고, 해강작품 등 귀중한 도자유물 역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고려청자'의 정수(精髓)를 한곳에 모은 한국도예의 산실인 이천 해강도자미술관이 산산조각 났다.

고(故) 해강(海剛) 유근형 선생이 일생을 바친 미술관은 운영난으로 개인에게 팔렸고, 해강 작품 등 귀중한 도자유물 역시 매각 절차를 밟으면서 해강도자미술관의 자취는 사라지고 있다.

15일 경기도와 이천시 등에 따르면 해강도자미술관은 유근형(1894~1993)선생이 아들 광렬과 함께 1990년 5월 이천 신둔면에 건립한 국내 첫 도자박물관이다.

해강은 무형문화재 제3호 청자장(靑磁匠)으로 1993년 100세로 작고할 때까지 단절된 고려청자 재현에 평생을 바쳤다. 해강의 청자는 1992년 한국을 방문한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에게 선물할 정도로, 그의 작품 가치는 정부로부터 공인받았다.

도예계는 오늘날 고려청자 전통을 계승·발전시킬 수 있었던 점은 바로 해강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한다.

미술관에는 보물 제1573호 '청자양각연판문접시'(고려시대 제작)를 비롯해 해강이 평생을 바쳐 수집한 청자 및 해강의 작품 1000여점이 소장돼 있다. 특히 시청각실과 도자연구소를 별도로 설치해 우리나라 도자예술의 학술적인 연구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등 전시관 이상의 역할을 했다.

해강과 아들 광렬은 지자체 외면 속에 미술관을 홀로 지켜왔다. 운영에 연 2~3억원이 들었지만 수입은 입장료(2000원)를 포함해 월 100만원이 채 안됐다.

이천시와 경기도에 운영비 등 지원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어쩔 수 없이 땅을 팔거나 대출을 받아가면서 오로지 자비로 미술관을 운영했다. 전통 도자기를 계승한다는 긍지 하나로 18년 동안 버텨왔다.

결국, 2008년 운영비를 충당할 여력이 없게 되자 평택 국제대학교에 소유권을 넘겼다. 이 학교도 불과 3년 만인 2011년 미술관(토지, 도자기, 건물 등 84억원)을 부동산 시장에 내놨다. 건물과 토지는 개인에게 넘어갔고, 보물 등 도자기 1000여점에 대해 이천시와 입찰계약을 벌이고 있다. 시는 유물을 낙찰 받으면 시립박물관에 전시한다는 계획이다.

해강의 아들이자 도자명장인 광렬씨는 "도자문화 계승과 발전을 위한다는 일념으로 세웠지만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다"며 "시장, 도지사를 찾아다니며 운영비 및 미술관 인수 등을 요구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측에서 미술관을 잘 활용할 줄 알았지만 사실상 방치돼 폐가처럼 변했다"며 "운영비 지원만 있었다면 이런 일을 없었다. 도자 역사를 총망라한 작품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돼 가슴 아프고, 부친을 뵐 면목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백상·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