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풍년에 어구·닻 사들인 어민들 … 올 어획량 급감 '빚더미'

인천 백령도 어민들이 까나리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3년 연속 풍년을 기대한 어민들이 조업에 쓸 닻과 그물망 등을 구입하며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지만 작년만큼 까나리가 잡히지 않는가 하면 이전 재고 물량도 쌓이면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15일 옹진군에 따르면 올해 5월1일부터 6월13일까지 백령도 까나리 어획량은 231t으로 집계됐다. 2012~2015년 5~6월 평균 어획량 180t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2016, 2017년에는 까나리 어획량이 평소보다 최대 8배 많이 잡혀 어민들은 올해도 풍년을 기대했다. 2016년 1154t, 2017년 1500t의 까나리를 각각 잡았다.

하지만 올해 어획량은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 예상과 달리 적은 어획량에 어민들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풍년을 기대한 어민들이 올해 조업철을 앞두고 수백만원씩 들여 각종 어구와 액젓을 만드는 데 필요한 소금 등을 샀기 때문이다. 투자는 모두 빚으로 남게 됐다.

어민 장주봉(63)씨는 까나리 조업을 위해 개당 70~80만원인 닻 서너 개와 500만원짜리 그물망 등 어구를 올봄 어구상사에서 구입했다. 1포대에 만원 꼴인 신안 소금 20㎏짜리도 500포대 사들이면서 약 1500만원을 투자했다. 장씨는 "투자한 돈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고 하소연했다.

백령도에 사는 인구는 6월 말 기준 5530명으로, 이중 90여명이 면허가 있는 어선 97척을 운영 중이다.

작년에 만든 까나리 액젓이 재고로 쌓여 있는 것도 문제다. 2016년과 작년 예상보다 훨씬 많이 잡힌 까나리들을 수협 수매 외 판매할 경로를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민 유신상(61)씨는 "작년에 만든 액젓 재고량이 집집마다 300ℓ짜리 독 100개에서 많게는 300개나 된다"며 "시대가 바뀌면서 집에서 밥을 잘 안해먹다보니 김장하는 집이 드물어 액젓 판매량이 줄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어획량이 급변동한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서해수산연구원 관계자는 "강수량과 수온, 주변 환경 등 여러 요인이 종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백령도처럼 어업 생산성이 낮고 생활여건이 불리한 섬 어업인들에게는 소득 안정을 위해 조건불리지역 수산직불금을 매년 60만원 지급한다"며 "유통물류비도 어가당 30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예린 기자 yerinwriter@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