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도청 집무실에서 인천일보와 취임 인터뷰를 갖고 "공정과 공평이 존중받는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기본은 사소하고 당연한 것]
민원실 가보니 사람 쳐다도 안봐
공직자들, 대리인 역할 충실해야
전직원 명찰 패용·점심시간 준수
공정과 정의 사회는 원칙서 시작

[국민 중심에선 내가 '주류']
계보·세력 없어도 외롭지 않아
강자 누르고 약자 돕는 게 정치
충실한 '머슴'으로 기억되고파



더불어민주당이 16년 만에 경기도지사직을 탈환한 주역은 '이재명'이다. 그가 내세운 것은 '새로운 경기'였고 이를 위해 '공정과 정의'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기본과 원칙을 강조했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12일 경기도지사 집무실에서 열린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이 '전 직원 명찰 패용'과 '점심시간 준수' 등은 기본을 세우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공직자들이 지배자의 태도, 시혜자의 태도, 갑의 태도를 버리고 그야말로 서비스를 하는 공적 대리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근본적 변화 … 기본에서 출발

이재명 경기지사의 도정의 최우선 원칙은 바로 '공정과 정의'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과 원칙이 바로 서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도민들에게 기본과 원칙을 요구하려면 공직자부터 바꿔야 한다는 거다.

"기본은 당연한 것이어서 아주 사소해 보여 관심도도 낮다. 그걸 꼭 바꿔야 하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미세한 영역에서 뭔가 바꾸려면 불편함이 따른다. 그러나 미세한 기본과 뿌리에 관한 것들을 바꾸지 않으면 진짜 바뀌지 않는다. 근본적 변화는 기본에서 시작된다."

최근 도 공직사회가 이 지사의 '전 직원 명찰 패용'과 '점심시간 준수' 등의 지시 사항도 같은 맥락이다. 이 지사는 사소한 문제같지만 본질적 문제라고 규정했다.

"일각에서 점심시간을 오전 11시30분부터 하는 걸 묵인해달라고 한다. 과거부터 그렇게 했었으니 편할 거다. 그런데 11시30분이 넘어서 온 민원인들이 허탕치고 되돌아가는 것에 비하면 그들이 얻는 이익은 크지 않다. 근무시간이지 않는가. 법률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셈이다. 이때까지 관행적으로 묵인했으니 정상화하는 걸 문제있다고 주장한다면 그거야말로 가볍게 보는거다. 시간 문제도 본인이 불편하면 탄력근무제를 하면 된다. 11시30분부터 12시30분까지 점심을 하면 되는데 1시간인 점심시간을 1시간 30분으로 달라는 건 옳지 않다. 우리 내부의 문제라면 융통성있게 허용할 수 있다. 우리끼리니까. 하지만 우리는 국민을 위해서 공무하는 대리인이다. 국민에게 불편을 요구하면서 본인이 불법적 이익을 얻겠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명찰 패용에 대해서도 입장을 명확히 했다. 자신부터 명찰을 차고 다니겠다고 했다. 기존 신분증에 대해서는 자신이 봐도 잘 보이지 않다고 토로했다.

"명찰 문제도 작은 문제일 수 있는데 민원인 즉 주권자들 입장에서는 자기가 월급주고 일 시키는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 잘할 때 칭찬하고 못할 때 책임을 묻거나 할 수 없다. 그러니까 민원 현장에서 보면 당신 이름이 뭐냐고 하면서 싸우기도 한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책임이 따르니까. 하다못해 민간기업들도 자기 명패를 한다.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자기가 누군지 투명하게 드러나면 조심하고 겸손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나온다. 뭐 요즘 있는 신분증을 가지고 있는데 명찰이 왜 필요하냐는 지적도 있는데 노안이 있는지 제가 봐도 잘 안보이지 않는다. 내부에서조차 그러는데 도민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불편하겠나. 이미 제 명찰도 준비하라고 이야기했다."

▲도정의 변화 … 갑과 을 전환

이는 공무원 위주의 도정을 바꾸기 위한 수순이다. 점심시간 문제, 명찰문제는 도민의 시각과 공직자의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도민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 당연하지만 공직자 입장에서는 왜 사소한 일에 매달리나 할거라고 했다.

원래는 도민이 '갑'이고 공직자가 '을'인데, 지금은 도민이 을인 상황이라며 앞으로 도정의 방향은 공직자들의 지배자의 모드에서 대리인의 모드로 바꾸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또 도민들이 당당하고 내가 주인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할 계획이다.

"임명직 공무원들은 원래 계속 위임받은 권한이 있으니까 마치 자기들 것인줄 알고 권한을 행사하게 되고 권한행사의 대상이 되는 도민들은 실질적으로 을의 입장이 되는거다. 갑과 을이 전도된 상황인데, 이거부터 우리가 바꿔야 한다. 도민들이 좀 더 당당해야 하고 '내가 주인이다, 저들이 쓰는 예산은 내가 낸 세금이다, 저들이 행사하는 권한은 우리가 맡긴거다, 저들이 쓰는 예산과 권한은 우리를 위해서 있는 거다'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잘못하면 내껀데 왜 잘못 쓰냐며 잔소리도 하고,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내 개선을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삶이 바뀌는거다. 그동안의 모습을 보면 공공영역이 잘하냐 못하냐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과 운명이 바뀌었나? 내가 주인이라는 것에 확신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위임받는 공직자들도 자신들도 '갑'으로 알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다며 개선 의지를 보였다.

"공직자들이 자기가 갑인줄로 안다. 행동도 그렇게 하고, 거기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이제 우리 스스로 바꿔야 한다. 어디 부서 가는 길에 민원부서를 잠깐 들러 격려를 한다고 악수를 청했는데 쳐다보지도 않는다. 나중에 알고보니 도지사인지 몰랐단다. 그런 것 보면 일반 민원인들에게는 어떻게 했나 싶었다. 그동안 민원인들이 오면 쳐다보지도 않을 거 아닌가. 그 공무원 태도를 본 민원인은 정말 기분이 나빴을 거라는 거다. 귀찮은 민원인이 또 왔다고 생각 하니까 그런 자세가 나오는 거다. 만일 나한테 월급 주는 주인이 오셨다는 인식이 있다면 그럴 수 있겠나?"

그렇다고 공직자들도 갑의 태도를 버리고 을의 태도를 취하라는 건 아니라고 못박았다.

▲비주류 정치인 … 시각과 인식 차이

그래서 이 지사의 수식어 중 하나인 '외로운 비주류 정치인'도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기성정치의 관점으로 바라볼 지, 아니면 주권자의 입장으로 볼지의 문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국민 중심으로 보면 자신이 주류 정치인이라고 평했다.

"기성정치로 보면 비주류가 맞다. 그 사회안에서 계보도, 세력도 없다. 그러나 정치인 중심으로 생각하지 말고 국민 중심으로 보면 주류다. 국민들 속에서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성장해갈 운명을 타고났다. 가난한 소년공 출신에, 후광·조직·세력도 없이 정치를 시작했고 정치적 성장과정도 정치세력 안에서 힘겨루기나 개편을 통해서가 아니라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함께 가는 도민들이 있어 전혀 외롭지 않다."

그는 정치에 대해 억강부약(抑强扶弱·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와 줌)으로 규정한다. 또 자신이 세상에 살아있는 이유다.

"사람들을 모아두면 힘센 사람이 맘대로 한다. 이같은 강자들의 일방적 횡포를 억제하는게 문화이고, 정치이고, 제도다.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함께 살가야 하는 세상, 그건 결국 정치와 국가가 만드는거다. 힘없는 사람들 같이 살게 손잡아 주는게 정치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기원한다. 그의 신념이 문 정부의 '나라다운 나라'와도 일치한다.

"문 정부가 만들고자 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경기도에 실현해 보고 싶다. 국가 정책은 지역에서 부터 실현된다. 잘 협조하고 지원해서 경기도의 문 정부의 신념이 정착할 수 있도록 돕을 생각이다. 그게 제가 하고 싶은 '공정한 나라'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공정한 나라 … 기본소득제

이제는 기본소득제로 가야한다고 했다. 일자리의 대대적 축소가 우려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이제 기본소득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최대한의 삶을 보장하는 공동체가 과거에는 일할 기회를 줬는데 지금은 일할 기회를 줄 수 없으니 생존의 최소조건을 만들어주자는 거다. 일할 기회가 있는데 선택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면 공동체가 책임을 져야 하고 그 방안이 바로 기본소득제다."

문제는 실현가능이다. 이 지사는 국가도 하기 어려운 일인데 지방정부에서 힘들다고 토로하지만 선도적 모델을 구축하고자 한다. 복지가 경제 성장을 방해하는 게 아니라 담보하는 정책이라는 걸 증명하려고 한다.

"우리가 기본소득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한마디로 '오버'다. 대신에 우리는 부분적이고 선도적인 영역에 모델을 만들려고 한다. 기본소득제도가 그냥 낭비가 아니라 경제활성화에 매우 도움이 되는 제도일 수 있다는걸 증명해야 하면 된다. 성남에서 일부를 증명했다. 그래서 저는 복지지출이 좀더 나가서 기본소득 지출이 경제를 훼손하는게 아니라 투자할 곳이 없는 이런 시대에는 경제성장을 담보하는 마중물이라고 생각한다. 복지가 경제를, 성장을 방해하는게 아니라 담보하는 정책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이를 위해 청년배당. 지역화폐형 청년배당. 지역화폐형 산후조리 지원 등 부분적인 기본소득제 형태를 도입한다. 또 기본소득위원회를 만들어 연구하고 장기적으로 목표도 세운다.

특히 지방분권 개헌을 지원해 조세부과권과 지방재정 부과권이 생겨나면 경기도민들의 의견을 모아서 논의를 거쳐서 경기도 국토보유세 등을 만들어 도민을 위한 기본소득 재원을 만들 계획이다.

"기본소득제 도입을 다른 지방정부가 해보고 유용하면 쓰고, 별로면 폐지하는 정책의 자유경쟁시장을 만드는게 지방자치 활성화다. 정부가 다 판단한다면 경쟁이 불가능하고 효율성도 떨어진다. 지방자치분권을 강화하고 싶고 그중에서도 조세부과권이 생긴다면 도민들을 설득해서 절대적 다수 지지하에 국토보유세와 기본소득제를 도입할 자신이 있다."

▲반겨주는 공무원으로

그는 성실하게 우리를 위해서 일해줬던 충실한 머슴, 매일 나를 위해 열심히 해준 머슴으로 기억되길 희망했다.

"성과나 이런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 인간 때문에 우리의 삶이 조금 나아졌어'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공직자들이 퇴직하고 나면 아는 척 하는 사람도 없고, 손가락질 받는 것을 피하는 게 1차적 목표다. 그리고 두 번째 목표는 '고생하셨어요' 같은 얘기를 듣고 싶다. 주변 사람들이 반겨주는, 그런 공무원이 되고 싶다."

/대담=홍성수 정경부장, 정리=정재수·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