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규 수원 항아리보쌈 사장
▲ 항아리보쌈에서 파는 보쌈을 들고 있는 (왼쪽부터) 박경규 사장과 이상욱 주방장.
▲ 지역 경로당 어르신들 보쌈과 음료 등을 즐기는 모습.


5년째 연 500명 이상 '경로잔치'

고생만 하신 부모님 떠올라 시작

늦둥이 아들은 부모를 위해 중학교 때부터 식당일을 시작했다. 어려운 살림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난은 고단했고 배고픔은 고통스러웠다. 참아야 했다. 그에겐 50살 차이 나는 '부모'를 향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굶주릴 때마다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받은 '나눔'은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11일 수원시 영통구 항아리보쌈 본점에서 만난 박경규(53·남) 항아리보쌈 사장은 영통구 일대에서 어르신에게 쌀과 고기를 나눠주는 봉사자로 유명하다. 그는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부모님에게 해준 것이 없었다"며 "동네 어르신을 보면 부모님이 떠올라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 봉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진수성찬까진 아니라도 어르신들이 맛있게 보쌈을 먹는 모습을 보면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낀다"며 "나 역시 어릴 적 가난하고 배고플 때, 남이 준 음식을 먹고 힘낸 적 있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직원들과 함께 지역 어른을 돕는 먹거리 나눔 봉사를 5년째 하고 있다. 최근만 해도 경로당 어르신 약 250명에게 보쌈을 대접한 '경로잔치'를 열었고, 쌀 20kg 100포대를 저소득가정에 나눠줬다.

"매달 돈으로 내라고 하면 저도 조금 힘들 수 있어요. 하지만 음식은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나눠주는 거라 부담이 적습니다"

그는 매년 어려운 이웃을 위해 2~3번 음식을 나눠준다. 심지어 나눔 시간엔 일반 손님도 받지 않는다. 이에 자칫 영업 손해가 아니냐는 사람들 우려도 생겨났다. 하지만 박 사장은 "손해라고 생각하면 주는 것도 손해라 아무것도 못 한다"며 "부모에게 대접하는 마음으로 집중할 뿐, 손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런 그를 보며 주민들은 세금을 깎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박 사장은 나눔엔 목적이 없다는 말과 함께 웃곤 한다.

박 사장이 나눔 봉사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이유는 어른들을 부모처럼 생각하는 마음에 있다. 그가 2013년부터 시작한 경로잔치 나눔 행사는 고기를 마음껏 먹고 싶어도 가난한 현실에 그러지 못하는 어르신이 많다는 사실에서 시작됐다.

"동네에 못사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런 분들에게 고기를 조금 나눠드리면 정말 잘 드세요. 더 달라는 말도 자주해 고기며 옥수수며 드릴 수 있을 때 자주 드렸습니다. 하지만 이분들이 가족들하고 있으면, 싫다면서 안 드세요. 자식들에게 부담 주기 싫은 거죠. 이런 분들이 마음껏 고기를 먹을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이후, 박 사장은 나눔 실천을 계획했다. 동네 통장에게 연락해 고기를 대접할 테니 경로당마다 몇 명씩 총 80~100명 정도를 뽑아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렇게 선택하자 서운해하는 어른들이 생겨났다.

박 사장은 행사에 참여하고 싶은 어르신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인원 제한을 풀어버렸다. 이에 한 번에 160명이 들어올 수 있는 가게 현실을 고려, 오는 순서대로 자리를 채워나가는 방법으로 바꿨다. 그렇게 1년에 약 500명이 넘는 지역 노인들이 그의 가게를 찾아 부담 없이 고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봉사를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냐는 질문에 박 사장은 "지난봄에 친구 5명이 함께 온 할머니 무리가 있었는데, 다음 행사 땐 4명만 왔다"며 "그 짧은 순간에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신 걸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부모 같은 어르신들에게 대접할 수 있을 때 더 많이 대접하고 싶어요. 제가 하는 건 대단한 게 아니라 저 역시 힘들 때 남에게 받은 도움을 나눠주는 것뿐입니다. 맛있게 먹은 어르신들이 나갈 때 제 손을 꼭 잡고 고맙다고 말해주는 것만큼 힘 나는 게 없거든요" 박 사장은 이 말을 전하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김현우·임태환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