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정동 열우물 마을은 1960년대 중반 노동자와 빈민의 터가 되었다. 하룻밤 지나면 집 한 채가 뚝딱 들어섰다. 비좁은 땅 때문에 앞집의 어깨를 짚고 무동 타듯 뒷집이 올라섰다.
언덕 끝 오를 수 있는 데까지 다닥다닥 집들이 들어섰다. 그렇게 산동네가 됐다.
세월을 이겨내지 못하고 골목 안쪽 집들이 하나둘 씩 무릎 꺾이며 주저앉았다. 개발업자에게 소멸되어 가는 동네는 역사·문화의 공간이 아니다. 그저 폐허일 뿐이다. 그들 눈에는 골목길과 언덕을 품은 오래된 마을의 보디라인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스카이라인만 있을 뿐이다. 포식자 공룡은 마을의 숨결을 밀어내며 '터의 무늬'를 깡그리 지워버린다.
"더 건드릴 필요가 없다. 지금 주민들의 공간 보다 아름다운 건 만들 수 없다". 어느 건축가의 한마디가 목구멍에 가시처럼 되게 걸린다.

  /전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