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부르는 '갈매기표 삼합'
 


●두부만두전골, 손두부

'갈매기의 꿈'에서 일년내내 맛볼 수 있는 음식이 '두부만두전골'과 '손두부'이다. 두부는 알이 크지 않지만 단단해서 고소한 맛을 오래 간직하고 있는 강원도 영월의 콩으로 이종우 대표가 직접 만든다. 만두는 이북식 양념과 젓갈로 담근 김치를 적당히 숙성한 뒤 윤지선씨의 친정아버지 고향인 평양식으로 만두소를 듬뿍 넣어 한입에 못먹을 정도로 큼직하게 만든다. 해물로 육수를 내고 각종 야채를 얹어 끓이면 밥반찬과 술안주는 물론 시원한 국물은 해장에도 좋다. 손두부는 널찍하고 두툼하게 나오는데 청양고추를 총총 썰어넣은 양념간장에 찍어먹으면 그만이다.

 


●대청도 홍어

홍어는 대청도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는데 홍어가 회귀해서 알을 낳는 곳이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대청도 사람들이 홍어를 잡으면 5㎏이상 되는 큰놈들은 흑산도로 싣고 가서 팔거나 나주에서 쌀로 바꿔오곤 했다. 인천 앞바다 사람들은 큰 홍어나 삭힌 홍어를 좋아하지 않아 5㎏에 못미치는 작은 놈들은 인천 어판장에 내다 팔았다. '갈매기의 꿈'에서는 대청도 홍어를 직접 삭히는데 전라도식의 곰삭은 홍어 특유의 코를 찌르는 향이 나지 않고 먹기 좋을 정도로 적당히 삭혀서 살이 부드러워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홍어, 돼지고기 수육, 막걸리의 '홍어 삼합'이 유명한데 홍어만 먹을 때는 굵은소금과 참기름으로 만든 양념장이 좋다.

 


●문어·소라 숙회

'갈매기의 꿈'에서 내놓은 제철 해산물은 거래하는 연안부두 공판장 중개인이 인천 앞바다 어선을 운영하는 선주와 직접 연락해서 어황에 따라 떼어 오기 때문에 신선도를 보장한다. 태풍이 오거나 장마철이면 어선들이 조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바다 날씨가 좋지 않을 때 해산물은 더 귀해진다.

이날은 해산물로 문어와 소라 숙회가 나왔는데 문어는 전남 여수산을 공수해서 쓴다고 한다. 요즘이 산란기라 좀처럼 맛보기 힘든 문어알이 듬뿍 얹어 나왔다. 소라는 꽃게 금어기인 6월 말에서 8월 말까지 연평도 사람들이 잡는 것을 쓴다. 문어와 소라 숙회는 모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 인천민예총의 정세훈(오른쪽) 이사장과 성창훈 사무처장이 '갈매기의 꿈'에서 만나 인천의 문화예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해고자 모임서 만나 '평생동지'된 사장님 부부


'내일을 위한 희망의 술판'이라고 적혀있는 간판. 이곳에서 '희망의 술판'을 날마다 벌인다는 것일까, 아니면 벌어지기를 바란다는 것일까.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수협사거리까지 먹자골목 초입의 오른쪽 첫번째 골목에 자리잡고 있는 '갈매기의 꿈'을 찾는 사람들은 진정한 자유와 자아실현을 위해 비상(飛翔)하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이 된다. 단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날아다니는 다른 갈매기들과 달리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더 높이, 더 멀리 날아오르는 꿈을 버리지 않는다.

매일 문화예술인들은 물론 평범한 직장인까지 많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 술잔을 기울이는 '갈매기의 꿈'은 올해로 문을 연지 11년이 되지만 출발은 3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 인하대 철학과를 다니던 이종우 대표가 집안형편이 어려워져 대학 후문동네인 용현동 독쟁이 굴다리 근처에 '갈매기'라는 막걸리집을 내면서부터. 후배가 하던 술집 '문예골'과 합쳐 '빛고을'을 하기도 했지만 이씨는 2년만에 술집을 접고 89년 삼광유리에 취업한 뒤 노조사무장으로 파업을 주도하다 92년에 부당해고를 당한다. 해고 뒤에 당시 '해협'이라 불리던 '인천해고자복직협의회'에서 일을 하다 지금은 가게에서 주방을 책임지는 윤지선씨를 만나 2000년 '평생 동지'가 된다.

노동단체에서 일을 하던 두 사람이 '갈매기의 꿈'을 내기로 한건 2007년. 원래 이름인 '갈매기'로 하려다 돼지고기 전문점으로 잘못 알려질 수 있다는 생각에 '꿈'을 더했다. 두부를 직접 만들고, 만두와 막걸리를 직접 빚어내고 인천 앞바다에서 나는 제철 수산물로 굽고 졸이고 찜을 하거나 전을 부쳐 손님을 맞는 제대로 된 막걸리집이 그 때 생겨났다.

인천의 소성주를 비롯하여 경기 양평의 지평막걸리, 전통주 담그기 무형문화재 송명섭막걸리, 전남 해남의 해창막걸리, 부산의 금정산성막걸리, 충남 당진의 하얀연꽃 백련막걸리 등 쉽게 맛볼 수 없는 지역 특산 막걸리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 대표의 지인들인 막걸리 동호회 회원들이 빚은 가양주 맑은 술도 있다.

'조나단'을 닮은 사람들끼리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잠시 떨치려 잔을 부딪치고 한숨과 눈물, 추억과 낭만, 그리움과 웃음을 담아 목을 축이는 '갈매기의 꿈' 안방 벽에는 같은 의미인 듯하지만 관점이나 해석에 따라 전혀 다른 뜻을 가진 '천하태평(天下太平)'과 '태평천하(太平天下)' 액자가 각각 걸려있어 묘한 여운을 남긴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인천시가 박남춘 신임 시장이 취임해서 문화예술계도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공직자들이 예술인을 보는 태도부터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예술인을 마치 사업하는 사람처럼 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예술인으로 봐주길 바라요."

인천민예총 정세훈 이사장과 성창훈 사무처장이 구월동 먹자골목에 있는 제철해산물과 두부만두전골로 잘알려진 '갈매기의 꿈'에서 만났다.

정 이사장은 시인이다. 1989년 <노동해방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중학교를 마치고 열악한 환경의 소규모 공장에서 '소년노동자'로 일하다 얻은 진폐증이 악화되어 10여년 문단활동을 접었다가 2011년 병이 호전되어 다시 왕성한 시작(詩作)을 재개하며 8권의 시집을 냈다.

"문화예술 관련 예산만해도 인천시는 전체예산의 3%까지 올릴 계획이라는데 아직 못미치고 있어요. 하지만 광역지자체 가운데 이미 3%가 넘는 곳이 많아요. 또 시민들을 위한 행사나 사업을 할 때 문화예술 단체의 자부담 비율이 처음 30%에서 지금은 10%로 낮아졌지만 이것도 아예 없앤 곳이 대부분이지요. 문화예술 행정에서 인천시가 앞서가지는 못할망정 따라가기만이라도 해주길 기대하고 있어요."

성 사무처장은 인하대에 들어간 뒤 풍물 동아리에서 풍물을 배웠다. 인천의 풍물패 '더늠'에서 활동하다 2014년 민예총 기획국장으로 일하기 시작한 뒤 올 초 사무처장으로 임명되면서 민예총의 살림에서부터 사업기획까지 도맡아하고 있다.

"풍물을 하며 가장 기억이 남는게 지난해 정월대보름날 광화문광장에서 했던 공연이에요. 당시 수만명의 촛불시민들 앞에서 무대에 올라가 공연을 하고 내려와서 시민들과 어울려 대동놀이도 하는데 추운 날씨를 녹여버릴만큼 호응이 뜨거웠어요. 요즘 잘나가는 아이돌 그룹이나 외국의 유명 록밴드들이나 맛볼 수 있는 감동을 느꼈지요."

인천민예총은 <인천 문화현장>이란 책을 발간하고 '인천 평화축제'와 '문화예술아카데미'를 해마다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인천의 노래'와 백범 김구선생이 인천에서 남긴 발자취를 찾아 기록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평화분위기로 급격하게 바뀌는 과정에서 인천이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남북문화교류에 앞장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살렸으면 좋겠어요. 강원도는 이미 올 추경예산 편성을 통해 북측과 문화교류 사업 자금을 확보했다는 말을 강원민예총 이사장에게 들었어요. 경기도에서도 준비하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문화예술교류가 결국에는 시민들을 위한 일이고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거잖아요. 인천시와 문화예술단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인천민예총은 올 하반기에 한강하구와 만나는 강화도 해역에서 '평화의 배 띄우기'를 준비하는 등 인천이 중심이 돼서 수도권 문화예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평화를 기원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또 산업화시대에 주안공단, 부평공단, 남동공단 등 광역단체중 유일하게 대규모 공단이 3개나 있었던 인천의 특징을 살려 노동과 문화가 어우러진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인천민예총은 미술, 음악, 문학, 연극, 영상, 풍물굿 등 6개위원회와 강화지부로 구성돼있다. 주요 사업이나 행사를 준비할 때면 회원들이 수협사거리에 있는 사무실에 모여 토론을 벌이고 계획을 세운뒤 '갈매기의 꿈'을 자주 찾는다.

인천 앞바다에서 나는 제철해산물과 직접 빚는 평양식 만두, 강원도 영월 콩으로 만드는 두부와 전국 각 지역의 특산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인천을 이야기하고 문화예술과 노동을 고민한다.

'몸의 중심으로 마음이 간다 아프지 말라고 어루만진다/ 몸의 중심은 생각하는 뇌가 아니다 숨 쉬는 폐가 아니다 피 끓는 심장이 아니다/ 아픈 곳!/ 어루만져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처난 곳/ 그곳으로 온몸이 움직인다'(정세훈 '몸의 중심')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