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야마 수몰현장 구조지휘 소방서장…"3명 한조로 고무보트로 구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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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에 폐허가 된 지역이 떠올랐습니다."

150명 이상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서일본 폭우 피해 현장에서 필사의 구조활동에 나선 오바타 도시오(小幡智士·48) 소방서장은 9일 교도통신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카야마(岡山)현 구라시키(倉敷)시소방국 다마시마(玉島)소방서장을 맡고 있다.

사흘 내내 쏟아진 폭우로 구라시키시 마비초(眞備町)의 30%가 침수되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동료 소방관들과 함께 수색과 구조활동에 매달려 왔다.

마비초가 침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일 새벽이었다. 한밤중에 물이 차오르면서 1천여명의 시민이 채 대피하지 못하고 집 옥상이나 지붕에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오바타 서장은 그날 밤 마을을 집어삼킨 물가에서 50m 떨어진 곳에 설치된 현지 지휘본부에 도착했다.

소방관 3명이 한 조가 돼 고무보트를 타고 천천히 노를 저어 고립된 주민들을 찾아 다녔다.

그 순간에도 빗줄기는 거셌고 반 이상 잠수된 건물 사이에서는 흙탕물이 소용돌이쳤다.

조금이라도 방향이 어긋나면 엉뚱한 곳으로 내동댕이쳐질 수 있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지휘본부에서 잠시 선잠이 들었다가 깨면 여전히 충격적인 광경들이 펼쳐져 있었다.

며칠새 1천㎜ 이상의 물폭탄으로 마을은 물에 잠겼고, 곳곳에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 무너져 내린 건물들이 전쟁의 폐허를 연상케 했다.

그는 "7년전 도호쿠(東北) 지역을 집어삼킨 동일본대지진 당시의 쓰나미가 떠올랐다"며 몸서리를 쳤다.

동일본대지진은 후쿠시마(福島), 이와테(岩手) 등의 해안을 강타한 쓰나미로 지난 3월 1일 시점의 경찰 집계로 1만5천여명이 숨지고 2천539명이 실종된 초대형 재해였다.

구조에 나선 대원들은 마을 지도에 의지해 목적지를 찾아 노를 저어갔지만 목표물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마을을 삼킨 물에 잠기거나 무너져 내리며 급류에 쓸려 내려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며 비가 소강상태에 들어서며 수위도 내려갔다.

수몰됐던 도로 표지판이나 건물이 하나둘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구조에 속도를 냈다.

그러나 표지판이나 건물 잔해로 보트가 손상되는 등 구조 작업은 아슬아슬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보트가 찢어지면 구조대원도 피해를 당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오바타 서장은 "베테랑 대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구조대도 지칠 수밖에 없었다"며 "정말 어려운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