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출전 1년6개월 자격 정지
김원찬 인천시청 감독 버팀목 역할
러시아 국제대회 '銀'…부활 날갯짓
▲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복싱 라이트플라이급에 출전하는 신종훈. /인천일보 DB
'한국 복싱의 간판' 신종훈(29·인천시청)이 아시안게임 2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억울한 징계' 때문에 4년 가까이 국제대회 출전이 막히는 등 오랜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기회를 만들어 낸 신종훈의 각오는 남다르다.

남자 복싱 최경량급인 라이트플라이급(49㎏ 이하)인 그는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꾸준히 기량을 연마하며 훈련을 이어온 신종훈은 결국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다. 이는 한국 복싱이 12년 만에 얻은 값진 금메달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는 국제복싱협회(AIBA)로부터 어처구니없는 징계를 받는다.

국제복싱협회는 자신들이 복싱의 인기 부활을 목적으로 추진한 프로리그(APB) 계약을 어기고 전국체전에 출전했다는 이유로 2014년 말 신종훈에게 1년6개월의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내린다.

이 과정에서 신종훈은 "대한복싱협회가 선수를 보호하기보다는 국제복싱협회 눈치보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하며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는 등 반발했다.

이후 2016 리우 올림픽 출전도 좌절되며 신종훈은 기나긴 괴로움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런 그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준 존재는 김원찬 인천시청 감독과 팀 동료들이었다.

특히, 당시 신종훈을 보호하다 대한복싱협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던 김원찬 인천시청 복싱 감독은 2017년 9월 법원의 '징계 무효' 판결로 억울함을 풀었고, 동시에 제자가 옳았음을 증명하며 신종훈에게 큰 버팀목이 됐다.

김 감독은 징계 무효 소송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실의에 빠져있던 제자에게 아시안게임 2연패, 나아가 2020년 도쿄올림픽 입상을 목표로 다시 도전할 것을 끊임없이 독려했다. 신종훈도 응답했다.

김 감독 지휘 아래 동료들과 혹독한 훈련을 소화한 끝에 마침내 3년 만인 2017년 3월 태극마크를 되찾아왔다.
아울러 징계 이후 3년 7개월 만에 출전한 첫 국제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부활을 알렸다.

그는 올해 5월 러시아 하바로프스크 멀티콤플렉스에서 열린 '2018 콘스탄틴 코로트코프 메모리얼 국제복싱대회' 라이트플라이급 결승에서 필리핀의 파아람 카를로에 아쉽게 판정패했다.

하지만 개최국 러시아를 비롯해 독일, 스웨덴, 벨라루스, 라트비아 등 유럽 강국들과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중국, 일본, 필리핀 등 아시아 강자들이 모두 참가한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김원찬 감독은 "실전감각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너무 오랜만에 나선 국제대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은메달도 대단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남지 않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한다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