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구역' 아닌 어린이공원엔 과속방지턱·안내표지 없다
"어린이공원인데도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라고요?"

5일 오후 1시쯤 6살 된 아이와 집 앞 이천시 관고동 한아름 어린이공원을 찾은 홍모(37·여)씨는 간담이 서늘한 경험을 했다. 도로로 갑자기 뛰어나간 아이가 차에 부딪힐 뻔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차가 아이를 발견하고 급정거하면서 화를 면했다.

홍씨는 "아이 50㎝ 앞에서 차가 멈췄다. 운전자가 한눈팔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몇 발짝만 나가면 곧장 도로지만 과속방지턱이나, 속도제한 표시판이 하나도 없어 차량들이 아이들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수원에 사는 이모(31)씨는 항상 집 앞 못골 어린이공원을 지날 때마다 주의를 기울인다. 얼마전 차로 아이를 받을 뻔한 아찔한 경험 탓이다.

이씨는 "안내표지판 하나 없어 당시 아이가 뛰쳐나올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 했다"며 "공원 주변에 줄줄이 세워진 차량 때문에 시야 확보도 어렵다"고 말했다.

도내 어린이 건강 증진을 위해 만들어진 '어린이공원'이 오히려 교통안전 사각지대에 있다.

법적으로 어린이보호구역 지정대상에서 빠지면서 과속방지턱, 속도제한 등 아이를 보호할 안전장치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어린이보호구역은 1995년부터 도입됐다. 유치원, 초등학교 등 만 13세 미만 어린이시설 주변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교통사고를 예방하자는 게 주목적이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자동차의 통행을 금지 및 제한 ▲자동차 주정차 금지 ▲시속 30㎞ 이내 제한 ▲일방통행로로 지정·운영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이 몰리는 '어린이공원'은 대상에서 쏙 빠져 있는 상태다. 때문에 지정·설치 업무를 맡은 지자체도 늘 위험이 상존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지정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도내에는 어린이공원 1917개소 중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단 1곳도 없다. 공원을 이용하는 어린이는 늘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2011~2015년 5년간 발생한 도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1만3836건(사망 86명)이다. 이 중 공원 부근에서 난 사고는 8192건(사망 43명)이다. 같은 기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난 사고가 359건이라는 점을 본다면 보호구역 확대 등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학교, 학원가 등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공원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어린이 안전사고 우려가 큰 만큼 보호구역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