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남용 막는 안전장치 있어"
"미흡하지만 양 기관 입장 잘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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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독점적 수사구조가 처음 깨졌어요. 1954년 이후 첫 개혁입니다.

무엇보다 여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수사전문가는 수사를, 법률전문가는 법률을 맡아 협력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경찰 내부의 대표적인 '수사통'으로 잘 알려진 김헌기(54·경찰대 2기) 인천지방경찰청 3부장.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를 지켜보는 김 부장의 감회는 남다르다.

살인, 강도, 성범죄, 폭력 등 5대 강력범죄나 일반적인 사건에 대해선 검경 사이에 이견이 거의 없다. 하지만 수사는 다르다. 1986년 경찰 입문 이후 김 부장의 32년은 검찰과의 갈등으로 점철돼 있다.

2012년은 검경 수사권 조정 역사상 특별한 해였다. 검경이 '김광준 검사 뇌물수수 사건'을 동시에 수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던 때다. 그는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장으로 사건을 직접 수사하고 있었다. 영장이 기각되고, 사건을 다른 청으로 이첩하라는 검찰의 수사지휘가 내려왔다. 그래도 경찰은 끈질기게 수사를 이어갔다. 결국 검찰은 특임검사를 임명하고 사건을 가져가 버린다.

"말할 것도 없는 사건 가로채기였어요. 검찰이 경찰 수사를 무력화한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경찰 내부 반발도 엄청났어요. 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는 걸 정말 절실히 느꼈죠."

이번 수사권 조정 합의는 주로 보완장치를 두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경찰이 사건을 종결할 수 있게 권한을 주고, 검찰은 기록 검토 후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이 검사 수사에 들어갈 경우, 영장을 청구하면 경찰에게 수사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김 부장은 이런 제도를 '안전장치'라고 표현했다.

"양 기관 사이에 신뢰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겁니다. 수사권을 남용하지 말고 국민을 위해 수사하라는 일종의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죠."

이번 합의는 완벽하다고 보기 어렵다. 검경을 가리지 않고 불만은 나온다. 하지만 김 부장은 60여년간 철옹성에 균열을 낸 첫 합의라는 점에 큰 의미를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찰 내부 평가에서도 사실상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불만도 있어요. 그래도 지휘관계에서 협력관계로 바뀌는 내용을 보면 중요한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인권보호와 수사공정성 측면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계속될 겁니다. 아직 미흡한 점이 있지만 첫 시작으로서 양 기관의 입장을 잘 반영했다고 봐요."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