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차량 970대 옮겨싣기
해체작업은 국내에서 불가능
구체적인 방식 하역 후 결정
한 달 전 대형 화재가 발생한 자동차운반선 '오토배너' 호에 실려 있는 차량 970여대를 끄집어낸 뒤,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싣는 하역 작업이 시작된다.

사실상 오토배너 호를 폐선하기 위한 첫 단계로, 하역 작업이 완료되면 구체적인 폐선 방식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20일부터 오토배너 호에 실린 중고차들을 꺼내 다른 자동차운반선에 싣는 하역 작업을 시작한다고 19일 밝혔다.

전날 오토배너 호를 임차한 현대글로비스와 하역업체, 중고차 화주들과 화물 이적 작업 추진 회의를 열어 이 같이 결정했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선박 위치가 시내와 가까운 만큼 하역 작업을 할 때 최대한 먼지가 날리지 않게 작업할 수 있도록 업체 측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하역 대상은 오토배너 호에 실린 차량 2438대 가운데 1~5층, 9~10층에 있는 '978대'로 화재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 상품 가치가 있는 중고차들이다.

나머지 '1460대'는 11~13층에 적재된 차량들로 화재로 전소된 상태다.

978대의 중고차는 선박에서 꺼내진 뒤 오토배너 호 자매선인 '오토아틀라스' 호에 실려 당초 수출하려 했던 리비아로 보내진다.

오토아틀라스 호는 21일 오토배너 호가 정박 중인 인천내항에 입항할 예정이다. 인천해수청은 하역 작업이 2~3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후 오토배너 호는 폐선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오토배너 호 선주인 한국선박금융㈜의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인천해수청으로부터 선박을 내항에서 이동시킬 것을 요구받은 상황이다.

선주는 선체 보험을 들어 뒀기 때문에 보험금을 수령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선박 소유권을 넘겨받은 보험사가 직접 폐선해야 한다.

폐선에 따른 선박 해체 작업은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사실상 국내에서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항만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토배너 호를 중국 등 해외로 예인한 뒤 현지에서 해체 작업을 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앞서 전달 21일 오전 중고차 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던 5만2422t급 오토배너 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소방당국의 밤샘 진화 끝에 나흘 만에 완전 진화됐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