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교역량 1·2위 간 '관세 부과'
3월 컨 물동량 감소 재현 '우려'
▲ 컨테이너가 들어찬 인천신항의 모습. /사진제공=인천항만공사
세계 무역 부문에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다시 본격화되면서 인천 항만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올해 3월 인천항을 덮친 '중국발(發) 컨테이너 물동량 감소 쇼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무역협회가 작성한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통상 분쟁'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제재 결정에 대해 "항공·정보통신·로봇 등 중국의 첨단 기술 품목을 포함해 '중국 제조 2025'를 견제하되, TV·휴대폰 등 일반 소비재는 제외함으로써 자국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미국은 지난 14일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매기기로 결정했다.
중국도 이에 맞서 같은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미중 무역 전쟁이 재점화됐다.

전문가들은 무역 강대국 간 싸움이 대한민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에선 미국의 제재 품목엔 전기·전자, 기계, 철강 등이 포함돼 있어 우리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올 4월에 열린 '미중 무역 전쟁, 대안은 있는가' 주제의 세미나에서도 한국이 미중 무역 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 교역의 1·2위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 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 비중이 79%에 달하는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인천항은 올해 3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으로 중국에서 인천으로 들어오는 컨테이너 물동량이 크게 줄면서, 같은 달 전체 물동량이 전년 대비 5% 감소하는 피해를 겪은 바 있다.

2015년 6월 인천신항 개장 이후 외부 영향을 받아 컨테이너 물동량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항만공사(IPA)는 물동량 감소 원인에 대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 미국의 철강 수입 규제 권고안 발표로 2월부터 인천항 물동량이 감소하기 시작하더니, '미중 간 무역 갈등이 빚어진 3월에 물동량이 크게 감소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인천항에선 대 중국 수출입 물량이 60%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과 중국이 상대의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인천항을 통해 원자재와 중간재를 받아 가공한 뒤 미국으로 수출하는 중국 내 가공 및 수출업체들과 중국에서 자재를 들여와 제품을 만든 뒤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업체들의 생산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원부자재뿐 아니라, 중국에서 인천으로 수입되는 미국 수출용 제조 물량이 크게 감소하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남흥우 인천항을 사랑하는 800모임 회장은 "미중 무역 전쟁으로 가뜩이나 적은 인천항 수출 물동량이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IPA를 중심으로 항만업계가 미중 간 무역 분쟁을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