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철 한국지역복지봉사회 이사장
역사적인 6·12 북미정상회담 그늘에 가려져 치러진 '6·13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바라보면서 지역일꾼을 선출하는 지방선거 필요성에 대한 회의감마저 든다. 지방선거는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주민 욕구에 부합한 지역 일꾼들을 선출하는 선거임에도 중앙정치 개입으로 지방자치가 짓밟혔다. 또한 지방선거 본질이 흐려지고, 인물 중심이 아닌 정당 중심으로 선거판을 오염시키고 말았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이제는 언론도 체념한 것인지, 아니면 무감각해진 것인지 지방자치 본질을 왜곡한 지방선거 풍토에 대해 침묵했다.

지방자치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지역의 주민이 중앙정부로부터 상대적 자율성을 가지고 스스로 선출한 지방의회 의원과 지방자치 단체장들이 그 지방의 일을 처리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결국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 일환으로 그 지역의 책임은 그 지역에서 담당한다는 것이 지방자치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다. 지방자치 의미를 몰라서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6·13 선거를 지켜보면서 과연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 일꾼을 주민 스스로 선출하기 위한 지방선거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이러한 지방자치제도가 필요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본다.
지역의 당면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일꾼을 선출하는 선거에 중앙정치가 개입하여 그 지역의 후보와 공약은 보이지 않고, 기호만 보이는 선거에서 과연 지역의 행정을 책임질 수 있는 후보들이 선출될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일꾼으로 지역주민에게 선택을 받기 위한 지방자치가 아닌 중앙정치권만 바라보는 해바라기로 전락한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선출된 후보들이 지역 주민을 대변해 소속 정당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들은 선거 이후 지방자치제도가 불필요하다는 논란에 휩싸이는 이유가 될 것이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충분히 준비된 공약으로 유권자 선택을 받아야 함에도 지역 특성에 맞는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지 못하는 후보마저 있으니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특정 정당에 줄을 잘 서기만 하면 당선이라는 일부 후보자의 잘못된 의식으로, 유권자를 무시하는 작태가 이제는 중단되어야 한다.

또한 후보를 선택하는 데 유권자 의식도 매우 중요하다. 특정 정당이 아닌 후보의 도덕성 등 개인에 대한 충분한 검층과 함께 지역 특성에 부합한 지역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공약(公約)이 선택의 기준이어야 한다.
지난 4년전 선출된 후보들이 유권자들을 향해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후보들도 있다. '왜 후보들이 당선된 이후에 공약을 이행하지 않을까'라는 의심이 들지만 답은 분명하다, 유권자들이 공약에 대한 관심이 특정 이해당사자들을 제외하고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후보들이 재출마하였을 때 그 후보에 대한 냉정한 평가 없이 오직 현직 프리미엄으로 또 그들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권자 스스로 권리와 의무라는 책임감을 갖고 특정 정당이 아닌 후보가 우리 지역에서 필요한 인물인지가 선택의 조건이어야 한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광역·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주민들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추진계획을 마련하여 그 이행율을 주민에게 알려야 하고, 이행 평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지역 시민단체는 적극적으로 후보의 공약 이행을 요구하고, 이에 대한 추진 평가와 함께 그 결과를 지역주민들에게 전달해 주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해 줘야 한다. 또한 유권자들 역시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기 위해서는 당선된 후보들의 공약 이행 여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6·13 지방선거가 끝났다. 당선된 후보들은 기쁨을, 그리고 낙선한 후보들은 4년 후를 기약해야 한다. 지방선거가 지역 일꾼을 선출하는 축제가 되어야 함에도 선거기간 중 서로 다른 각자 자신의 지지 후보에 따라 상호 존중과 배려는 사라지고, 상호 비방과 반목으로 갈등만 남게 되었다.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선거 이후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내 의사를 존중 받고자 한다면, 당연히 상호 존중과 배려가 있어야 함에도 자신만 존중 받아야 한다는 독선이 결국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들어 놓았다.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주민 상호 경쟁과 갈등의 흔적을 지우고, 화합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들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