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 없는 화장실' 시행 6개월]
이물질 넣거나 배관 얇아 변기막힘 속출
"시민의식 개선·현실적 설비조건 갖춰야"
행정안전부의 휴지통 없는 화장실 정책이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자리 잡지 못해 인천 공중화장실에 휴지통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변기 막힘 등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시민의식 개선과 화장실 개량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중구 운서동 운서역의 한 공중화장실. 칸마다 휴지통이 설치된 채 '휴지통 없는 화장실. 사용한 휴지는 꼭 변기에 넣어주세요'라는 내용의 스티커가 붙어있다.

인천시는 올 1월 정부가 전국적으로 시행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관공서에서 운영·지원하는 공중·개방화장실 대변기 옆 휴지통을 없앴다. 청결하고 미관상 깔끔한 화장실을 만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시행 반년이 지난 현장 곳곳에선 이처럼 휴지통이 흔히 발견됐다. 중구 북성동 행정복지센터와 주민자치센터 화장실에도 설치해야 할 위생용품 수거함은 없고, 휴지통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동구 송현동의 한 역사나 초등학교, 서구청사 별관 등도 마찬가지다.

각 군·구는 이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구 관계자는 "변기가 자주 막혀 청소하는 분들이 휴지통을 갖다 놨다"며 "서구 내 공중화장실의 80%가 휴지통을 다시 들였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없어야 할 휴지통이 다시 보이는 이유는 이용객들이 물티슈와 생리대, 스타킹 등 이물질을 넣거나 애초 화장실 배관이 얇아 변기가 자주 막히기 때문이다. 변기를 수리하기 위해 이용을 제한하면 주민들까지 피해 보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담당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제도 정착을 위해 시민들의 의식뿐만 아니라 설비 개선 등 현실적인 환경도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배관 등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화장실에도 법을 적용하긴 무리가 있다"며 "노후 화장실 개량사업을 점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백충엽 한국화장실협회 공공교육부회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재래식 화장실이 수세식으로 바뀌었지만 당시 신문지를 많이 쓰다 보니 휴지통이 생겼다. 그러면서 휴지는 휴지통에만 버려야 한다는 잘못된 개념이 굳어졌다"며 "변기는 내부 굴곡진 관에 쌓인 젓가락 등 이물질 때문에 막히기 때문에 제거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예린 수습기자 yerinwriter@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