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수산물이야기] 12. 꽃게
6월에 알이 찬 암꽃게장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밥을 없애버리는 밥도둑 이지만 껍데기 때문에 점잖게 먹기는 힘든 음식이라 '사돈하고는 못 먹는다'는 속담도 있다. 또 먹고 나면 껍데기가 남고 향이 오래가서 '소 한 마리 다 먹어도 흔적이 안남지만 게는 작은 놈 한 마리만 먹어도 숨길 수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특유의 담백함과 감칠맛으로 게장뿐만 아니라 탕과 찜으로 이용되는 일품 수산물이다.

꽃게는 절지동물문 십각목 꽃게과의 갑각류로서 수심 20~30m의 바닷가 모래바닥에 주로 서식하며, 야행성으로 낮에는 모래펄 속에 숨어 지내다 밤이 되면 먹이활동을 한다. 육식동물로서 바다 속의 모래나 진흙을 파고 들어가 눈과 촉각만 남겨놓고 숨어서 먹이를 기다리다가 먹이가 다가오면 재빨리 집게발을 들어 작은 물고기 등을 공격한다.

겨울에는 깊은 곳이나 먼 바다로 이동해 겨울잠을 자며, 3월 하순경부터 산란을 위해 얕은 곳이나 만의 안쪽으로 이동한다. 인천 연안은 꽃게가 서식·산란하기에 최적의 환경으로 전국 꽃게 생산량의 40% 이상을 점하는 국내 제일의 산지이며 꽃게는 인천의 대표 수산물이기도 하다.

몸통 껍데기는 길이 약 8.5㎝, 너비 약 17.5㎝의 옆으로 퍼진 마름모꼴이며, 다리가 양쪽에 각각 다섯 개씩 있다. 가장 위쪽의 집게다리는 크고 억세며, 모서리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나머지 4쌍의 다리는 걸을 때 사용하며, 가장 아래쪽 한 쌍은 부채 모양으로 넙적하고 평평해 헤엄치기에 적합하다. 서양에서는 꽃게가 헤엄을 잘 친다 하여 'swimming crab'이라고 한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시해(속칭 살궤·꽃게)는 뒷다리 끝이 넓어서 부채 같다. 대체로 게는 모두 잘 달리나 헤엄을 치지 못하는데, 이 게는 부채 같은 다리로 물 속에서 헤엄을 칠 수 있다. 이것이 물에서 헤엄치면 큰 바람이 불 징조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옆으로 걸어 횡행공자(橫行公子), 창자가 없다하여 무장공자(無腸公子)라고도 불리는 꽃게는 강원도에서는 날개꽃게, 경기·충청도에서는 꽃그이라고 부른다. 다른 게와 달리 껍데기가 윤기가 나고 예뻐서, 혹은 익히면 붉은 꽃처럼 변하여 꽃게라고 부른다는 설도 있지만 '곶'과 '게'가 합쳐져 꽃게가 되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곶(串)이란 호미곶, 장산곶 처럼 바다로 가늘게 뻗어있는 육지의 끝부분을 이르는 말이다. 양 끝이 뾰족한 괭이를 곡괭이(곶+괭이), 막대기 모양의 끝이 뾰족한 얼음을 고드름(곶+얼음)이라 하는 것과 같이 등껍질의 양옆이 가시처럼 튀어나와 꽃게(곶+게)라 부른다.

익힌 꽃게가 붉은색을 띠는 이유는 껍데기에 있는 아스타잔틴(astaxanthin)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아스타잔틴은 붉은색을 띄는 지용성 색소로 일반적으로 단백질과 결합한 상태지만 열에 의해 단백질과 분리되면서 본연의 색을 드러낸다. 껍질 색이 변해도 영양성분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아스타잔틴은 항산화 능력이 뛰어나 노화방지에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눈건강은 물론 각종 신경과 관련된 병의 예방이나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3월 하순부터 6월까지는 주로 암꽃게가 많이 잡힌다. 7~8월의 금어기에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한 뒤 9~10월 가을철에 많이 잡히는 꽃게는 살이 꽉 찬 수꽃게이다. 알과 살이 꽉 차야 제 맛인데 산란 후의 암컷보다는 속살이 꽉 찬 수꽃게가 당연히 더 맛있다.

꽃게를 뒤집으면 하얗고 단단한 꼭지가 복부를 덮고 있다. 이를 속칭 '게 배꼽'이라 한다. 암컷은 젖꼭지처럼 둥글고, 수컷은 아기 고추모양으로 뾰족하다. 배꼽을 떠들면 암컷에는 게 알로 통칭되는 노란 부위가 드러나는데, 암게 가운데 제일 맛있는 부위다. 수꽃게의 제일 맛있는 부위는 집게발 속살이다.

<동의보감>에 꽃게는 가슴에 몰린 열을 풀어주고 위의 기운을 도와서 소화를 좋게 한다고 되어 있다.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효능도 있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칼로리가 낮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좋다. 특히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해 고혈압,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칼슘, 인 등의 무기질이 풍부해 골다공증 예방 및 빈혈에도 효능이 있다고 한다.

변정훈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