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화재 당시 대기질 측정 결과 중금속 다량 검출
시 "거리 떨어진 곳도 오염 증가 … 대책회의 열겠다"
▲ 인천시는 인천항 주변 대기질을 조사한 결과, 인천항 주변 미세먼지 농도는 377㎍/㎥로 인천 타지역 53㎍/㎥보다 수 배 높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21일에서 중고차 화물 선박 화재 현장. /인천일보DB
인천항 화물선 화재로 당시 인근 지역 대기질은 최대 7배, 악취는 최대 45배까지 나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가 발생한 지 이튿날인 지난 22일 인천시는 대기질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가 뒤늦게 공기질이 나쁘다고 밝혀 빈축을 사고 있다.

인천시는 화재가 발생한 날인 지난 21일 인천항 주변의 일평균 미세먼지(PM 10) 농도가 377㎍/㎥로, 다른 비교지점(53㎍/㎥)보다 7.1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27일 밝혔다. PM10 농도가 151㎍/㎥ 이상이면 '매우 나쁨'에 해당된다.

화재 진압을 위해 23일 밀폐된 선박 상부를 개방하면서 오염도가 다시 치솟았다. 다량의 연기가 발생하자 중구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176㎍/㎥, 동구는 150㎍/㎥ 까지 높아졌다.

두통과 매스꺼움 등 시민 불편을 유발하는 복합악취 정도는 기준치보다 45배나 높았다. 화재 현장으로부터 1㎞ 떨어진 곳에서도 기준보다 3배가 넘었다.

아울러 많은 양의 중금속류도 검출됐다. 화재지점에서 250m 떨어진 곳에서 납(Pb)이 0.4132㎍/㎥로 집계됐다. 이는 4월 평균 0.0169㎍/㎥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납 뿐만 아니라 카드뮴(Cd)·크롬(Cr)·구리(Cu)등의 중금속도 4월 평균보다 크게 높았다.

시는 화재가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 22일 '인천항 주변 황산화물(SO2) 등 기준치 이내로 측정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체감은 달랐다. 화재가 난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잿빛 하늘 속에서 중구 신흥동과 동인천역 일대 주민들은 기침 등을 호소해왔다. 결국 인천항 화물선 화재로 인해 대기질의 심각하게 영향을 받았던 것이 이번 조사로 밝혀지게 됐다.

시 관계자는 "연수구 송도와 동춘 등 거리가 떨어진 지역에서도 지난 21일 야간부터 22일 새벽 사이에 일부 오염도 증가가 관측됐다"며 "유사한 사건 발생에 대비해 합동대책회의를 행정안전부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관련기사
인천항 선박 화재 대기오염 '뒷북' 인천항 선박 화재로 수일간 주변 지역에 대기오염 피해가 이어졌는데도 인천시는 뒷북을 치고, 환경부는 뒷짐을 지고 있다. 화재 직후 "대기질에 이상이 없다"던 시는 미세먼지·중금속·악취 등이 많게는 기준치의 수십 배를 초과했다며 정부기관과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인천시는 이번 화재로 인한 대기오염이 주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환경 위해성 조사를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에 요청했다고 27일 밝혔다. 시는 인천항 1부두에서 중고차 화물선 화재가 일어난 지 6일 만인 이날에야 대기질 세부 측정치를 공개했다. 지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