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 등대올림픽서 '세계등대 보전 행동강령' 선언
국내최초 설치·상륙작전 길잡이로 문화유산가치 지녀
해양 문화와 인류 문명 발전에 기여해온 '바다 길잡이' 등대가 세계 문화유산으로서 재조명된다. 대한민국 대표 등대인 인천 '팔미도 등대'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해양수산부는 28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개막하는 제19차 국제항로표지협회(IALA) 콘퍼런스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인천 선언'을 채택한다고 27일 밝혔다.

등대는 항로표지의 대표적 시설로 해상 교통안전을 책임질 뿐 아니라 영토 주권을 행사하는 데 중요한 역할도 수행한다.

2002년 국제사법재판소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간 암초에 대한 영유권 분쟁 판결에서 등대를 설치·관리한 말레이시아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국내에선 등대라고 하면 1903년 국내 처음 불을 밝힌 팔미도 등대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6·25전쟁 당시 팔미도 등대의 불빛은 바다 길잡이로서 인천상륙작전 성공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등대가 해상 교통 시설물이란 제 기능을 뛰어넘어, 문화유산으로서 역사적 가치를 지닐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에서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등대는 단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팔미도 등대도 인천시 유형문화재 수준에 머문다.

해외 사정도 마찬가지다.

세계 등대문화유산은 모두 유네스코에서 관리되고 있으며, 이 기구에 등록된 등대는 스페인의 라 코루냐 등대, 프랑스의 코르두앙 등대 2개뿐이다.

이에 해수부는 전 세계적으로 등대 가치를 높이고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도록 인천선언위원회를 구성, 2년간 인천 선언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등대가 해양 문화와 인류 문명 발전에 기여했다는 가치를 인식하고 문화유산으로서 보존·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IALA에 가입한 전체 83개 회원국이 현재 인천 선언에 동의한 상태로, 이번 콘퍼런스의 마지막 날인 6월2일 인천 선언 채택으로 결실을 맺게 된다.

인천선언위원장을 맡은 김종헌 배재대 교수는 "팔미도 등대는 1903년 6월 일본의 강압적 힘에 의해 설치됐다"며 "이런 인천에서 꼭 115년 만에 전 세계 등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 등대를 보전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 강령을 선언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