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냉난방기 관리 허술
'전문업체서 청소' 절반뿐
학생들 폐렴 등 건강 위협
인천지역 150여개 초등학교 중 절반이 냉난방기 청소를 자체적으로 실시하면서 위생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가 비용 등의 이유로 전문 업체에 청소를 맡기는 것을 꺼리면서 면역력이 약한 학생들은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24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천지역 초등학교 154곳 가운데 51%인 79곳(2016년 기준)만 전문 업체에 천장형 냉난방기 청소를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에는 50%(77곳), 2014년에는 45%(70곳)의 학교에서만 전문 청소 업체가 냉난방기를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 업체에 맡기지 않는 학교는 자체적으로 필터만 청소하거나 아예 하지 않았다.

냉난방기는 학생들의 주 생활공간인 교실에 설치됐다. 그러나 인천 내 초등학교 가운데 절반이나 냉난방기의 관리가 위생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는 학교가 자체적으로 필터만 청소하면 세균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냉난방기 내부에 필터부터 열교환기, 냉각핀 등을 분리해서 청소를 하지만 학교가 자체적으로 할 경우에는 필터만 청소하기 때문이다.

교직원 등이 필터만 청소하면 보통 눈에 보이는 먼지만 없애기 때문에 세균과 먼지가 30% 밖에 제거되지 않는다. 이렇게 쌓인 유해한 먼지가 냉난방기에 누적되면 면역력이 약한 학생들은 폐렴 등의 질병에 걸리기 쉽다.

최소 1년에 한 차례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학교는 비용을 이유로 전문적인 관리를 맡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문 업체에 청소를 맡길 경우 냉난방기 1대당 10만원, 학교 1곳당 최소한 10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냉난방기는 학교 자체시설물로 분류해 교육청에서 별도로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다. 학교 냉난방기 관리에 대한 규정도 없다.

이러한 이유로 전체 학교 중 절반에 가까운 학교는 대부분 자체적으로 필터만 관리해왔다. 그나마 2016년 전문 업체에 관리를 맡긴 남구의 한 학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자체적으로 청소를 할 예정이다.

학교가 위생관리에 소홀한 탓에 학생들은 고통을 호소한다. 남구 한 초등학교 A(12)양은 "2주 전 교실 에어컨을 틀었는데 냄새가 나서 껐고, 갑자기 재채기가 났다"며 "평소 미세먼지 때문에 바깥에 잘 못 나가는데 실내에서도 냉난방기가 미세먼지를 머금을 수 있어 걱정 된다"고 말했다.

김우열 인천사랑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은 "냉난방기 내 수분이 오염되면 여름철 폐렴 유발의 대표적 세균인 레지오넬라균이 생길 수 있다"며 "아이들의 경우 세균과 곰팡이에 오염된 공기를 마시면 폐렴과 장염, 식중독 등의 질환이나 아토피·비염·천식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예린 수습기자 yerinwriter@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