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수산물이야기 9.새조개
봄 조개 가운데서도 가장 맛이 뛰어난 조개는 누가 뭐라 해도 새조개이다.

조개껍질 밖으로 내민 발 모양이 새 부리를 닮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새조개는 생김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육질과 맛이 닭고기 맛과 비슷하여 조합(鳥蛤)이라고도 하며, 쫄깃한 식감 때문에 입맛을 즐겁게 해주기 때문에 조개 중에서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새조개는 백합목 새조개과에 속하는 조개로 수심 10~50m의 진흙모래 혹은 모래진흙 바닥에서 많이 서식하며, 암컷과 수컷이 한 몸으로 1년 정도 자라면 산란을 한다. 산란기는 6월에서 9월까지로 이 기간은 채취를 하지 않도록 금어기로 지정되어 있어서 새조개 채취는 보통 12월 이후 시작되어 5월이면 끝나기 때문에 지금이 새조개를 맛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주요 생산지는 남해안의 진해만과 득량만, 가막만, 서해안의 천수만 등이다. 다른 조개류에 비해 껍질이 얇아 조금만 힘을 주어도 깨지기 쉽고, 광택이 있는 연한 황갈색이며, 안쪽은 분홍색을 띠고 있다. 표면에는 45~47개 정도의 가느다란 주름이 있고, 이 주름을 따라 부드러운 털이 촘촘이 나 있다. 초콜릿색인 부리 부분은 색깔이 진하고 선명한 것이 좋은데, 만약 이 부분이 하얗게 벗겨져 있다면 신선도가 떨어진 것임을 알기 바란다.

새조개는 1980년대 이전에는 경남이나 전남 여수, 고흥 등지에 대량으로 서식하여 어민들의 주요한 수입원이 됐던 조개였다. 하지만 양식이 되지 않고, 나날이 어획량이 줄고 있어 '명품조개', '귀족 조개'로 불릴 만큼 귀한 대접을 받으면서 가격도 비싸졌다.

부산과 진해 등지에서는 '갈매기조개', 남해, 하동에서는 '오리조개', 여수에서는 '도리가이'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1945년 해방 무렵 경남 해안에서 집중적으로 잡혀 중요 수입원이 됐을 때에는 '해방조개'로 불렸다.

조선 후기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는 "새조개를 '작합(雀蛤)'이라고 하며 큰 것은 지름이 네댓치 되고 조가비는 두껍고 매끈하며 참새의 빛깔을 지니고 그 무늬가 참새털과 비슷하여 참새가 변하여 된 것이 아닐까 의심스럽다. 북쪽 땅에서는 매우 흔하지만 남쪽에서는 희귀하다"고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다.

새조개가 가장 맛있게 살이 오르는 시기는 2월 중순에서 4월 중순이다. 이런 새조개는 회, 무침, 구이 등 다양한 요리방법으로 먹을 수 있는데 이 중 샤브샤브로 가장 많이 먹는다. 파, 무, 버섯 등을 넣고 끓인 육수에 시금치, 속 배추, 버섯, 미나리 등 야채를 듬뿍 넣고 펄펄 끊인 뒤 여기에 새조개 살을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이나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먹는 것이 샤브샤브다.

새조개의 매력은 사각거리는 식감, 풍부한 핵산에서 나오는 감칠맛이다. 이 은은한 단맛은 한번 먹어본 사람은 그 맛을 잊기가 힘들다.

새조개는 너무 익히면 식감도 달라지고 단맛도 사라지니 10초간 살짝 데치는 게 가장 맛있게 먹는 포인트다. 쫄깃해지면 새조개 맛이 사라지므로 한꺼번에 무더기로 육수 안에 넣지 말고 한 마리를 젓가락으로 집은 채 담갔다가 꺼내 먹어야 제 맛을 즐길 수 있다. 조개를 다 먹고 나면 진한 육수는 버릴 수 없는 법, 국물에 칼국수를 넣어서 먹어야 '새조개 샤브샤브'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새조개 무침은 팔팔 끓는 육수에 1분 정도 담갔다가 꺼내어 아삭아삭 부드러워진 조갯살에 깻잎과 배, 오이, 양파, 대파를 작게 잘라 넣고 고추장과 설탕, 물엿, 다진 마늘 등으로 무치면 된다.


새조개는 단백질, 칼슘, 철분과 아연 같은 무기질이 풍부하고, 피로 해소에 좋은 타우린 성분이 풍부해 빈혈, 기억력 감퇴, 심근경색, 고혈압 등의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을 알려져 있다. 칼로리와 지방 함량은 낮은 반면에 몸에 좋은 성분은 더 많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최민철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