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형 인천대 디자인학부 교수
지난 달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은 평양냉면 열풍 등 여러 가지 화제를 낳았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회담 말미에 양국 정상이 나란히 앉아 감상한 환송 공연 '하나의 봄'이 많은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피아노 연주와 사물놀이 협연에 맞추어 평화의 집 건물 벽면 전체를 스크린으로 상영된 '미디어 파사드'의 규모와 화려함은 역사적인 이벤트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공연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손색이 없었다.

미디어 파사드는 건축물과 조명을 일체화한 방식을 통해 영상을 전달하는 것으로, 야간에 건물의 외벽을 대형 스크린으로 만들어 시각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디지털미디어를 이용한 영상예술의 한 장르이다. 간단하게 건축물 외피에 영상 미디어가 덧입혀진 형태라고 이해하면 된다. 크게 LED를 이용한 디지털 조명 방식과 프로젝터를 이용한 프로젝션 방식이란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예술 공연에 주로 사용되는 방식은 프로젝터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있는 건물을 활용하여 영상을 제작하는 것으로, 문화유산처럼 오래되고 건물의 변경이 어려운 건축물에 주로 사용되며 날씨의 제약을 많이 받는다. 국내에는 건축물의 야간경관에 대한 기준이 있어 기업의 로고를 사용한 광고나 작품성이 없는 경우에는 미디어 파사드로 사용할 수 없다. 예술작품에 한정해서만 허용된다.
이렇게 예술적인 형태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야간 경관을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미디어 파사드도 그 태생은 영화적 상상력의 산물이었다. 미디어 파사드의 원형은 1982년에 제작된 유명한 SF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등장한다.

미래도시 건물의 외벽 전체를 감싸고 보이던 영상은 1998년 일본 동경의 QFRONT빌딩에서 시작해 미국과 유럽의 주요 도시들로 확산되었고, 2004년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외벽을 통해 한국에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디스플레이와 IT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건물 외벽에 고정되는 설치형 외에도 건물의 외벽 자체를 스크린으로 활용해 그 형태에 따라 영상이 변하는 프로젝션 형태도 가능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관객들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미디어 파사드도 나오고 있다.
미디어 파사드는 거대한 건물의 외벽을 이용하는 특성으로 인해 다수의 사람에게 강렬한 시각적 자극을 제공하기 때문에 주목성이 높으며 일반 빌딩 이외에도 문화유산인 건축물의 외벽을 이용하여 만들어지는 미디어 파사드는 역사와 문화를 결합한 스토리를 만들어 상영함으로써 교육에 이용되기도 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본 것처럼 공연예술과 영상예술,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예술 분야가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공연으로도 만들어질 수 있다.

외국에서는 이미 미디어 파사드를 지역 관광산업에 접목하여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일본 오사카에서는 대표적 역사 건축물인 오사카 성 전체를 스크린으로 만들어 야간에 황금색으로 화려하게 빛난다거나 칼로 쪼개지는 장면을 연출하는 등의 관광콘텐츠로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복합 문화공연 형태의 공연 관광 상품을 만들어 관광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또한 영국에서도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시에 있는 에든버러 성에서 축제 기간에 미디어 파사드를 이용하여 에든버러 성 자체를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국내에는 지역의 문화유산을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가 많지는 않지만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서울의 광화문과 덕수궁 등 궁궐의 야간 특화 프로그램에 이용되거나 전주의 전동성당이나 부여의 백제문화단지 내 사비궁 등 문화유산을 활용한 공연 전시로 지역의 특성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이용된 사례가 있다.
인천의 경우 국제공항이 있다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타 도시에 비해 역사적 문화유산에 대한 관광객들의 유인 요소가 다소 부족하다. 그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역적 특성을 살린 미디어 파사드와 같은 복합 문화공연 관광 콘텐츠를 활발히 개발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통합된 브랜드 전략을 수립한다면 인천의 문화와 도시 브랜드를 강화하면서 관광산업을 통해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방안으로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