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모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장
수인선이 개통된 후로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고 있다. 짧은 출근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뉴스 검색 등 유용한 시간이다. 며칠 전 옆자리에 앉은 대학생의 헤드폰에서 새어 나오는 노랫소리를 들었다. 조금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 무렵 문득 "우리의 감각기관을 괴롭히는 생활형 공해를 이렇게 경험하게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직업병인 셈이다.

환경문제와 관련한 중요 이슈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했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우리 삶의 질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근래 들어서는 수질이나 대기오염 등 물질 공해뿐만 아니라 감각공해 뉴스를 자주 접할 수 있다. 감각공해란 눈, 코, 귀 등 오감에 불쾌감을 주는 생활 공해로 소음·진동, 악취, 인공조명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2016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환경분쟁 사건 중 75%가 소음·진동이고, 2015년 지자체에 신고된 생활형 공해 민원도 12만5천여 건이다. 또한 2016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의 '세계 빛 공해 지도'에는 우리나라의 빛 공해 노출 지역이 G20 국가 중 이탈리아에 이어 2위로 조사되었다. 우리가 얼마나 심각한 감각공해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말해 준다. 특히 인천은 수도권매립지, 공·항만, 산업단지 등 국가 기반시설로 감각공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1991년 소음·진동 방지법을 시발점으로 하여 2005년 악취방지법, 2012년 인공적 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을 통해 다각적으로 감각공해로부터 안전한 도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감각공해의 특성상개인의 인식 강도 차가 커서 관련 기준이 있음에도 관리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인천시의 감각공해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 확보와 민원 해결을 위한 측정·분석업무를 하고 있다. 현재 인천시 9개 악취관리지역 및 악취 배출 중점관리 사업장의 배출허용기준 준수 여부 확인과 대규모 악취 발생원인 규명을 위한 종합적인 분석, 주거지로 침범하는 도로교통 소음측정망 운영과 민원 소음도를 측정하고 있다. 또한 인천시 조명 관리구역 지정에 따라 올해에는 빛 방사율 측정을 위한 지침서 작성 등 빛 공해 관련 연구를 추진함으로써 시민의 감각공해 피해에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감각공해는 삶의 질을 한층 더 향상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비롯된 선진국형 환경복지문제로서 정부는 공해의 정의를 새롭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는 오염현상 외에도 사회기반시설 구축 단계에서 환경오염 유발 요소를 예측하여 도시설계에 반영하는 예방 차원의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감각공해는 같은 주거 공간에서 피해를 인식하는 개인차를 보인다. 그러므로 자신이 하는 행동이 때론 주변인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음을 인식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공간에서 눈, 코, 귀를 편히 쉬게 하는 환경이 되길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