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싣던 선수 부근서 발화
간격 촘촘·가연성 진화 난맥
선장·선원 28명은 모두 구조
한때 인근 상점 폐쇄·대피도
▲ 21일 9시39분쯤 인천시 중구 인천항 1부두에 정박해 있는 자동차운반선 '오토배너(5만t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날이 어두워지자 소방관들이 라이트를 켜고 화재 진압을 벌이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인천항에 정박 중인 중고차 운반 선박에서 불길이 치솟아 선박과 실려있던 중고차 1559대가 불에 타고, 중구 일대가 연기에 휩싸였다.

빽빽하게 실려있던 중고차와 밀폐된 선박 구조 때문에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완전 진화에 실패했다.

중구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연기와 매캐한 냄새에 상점을 폐점하거나 집으로 급히 피하는 등 불편을 호소했다.

21일 오전 9시39분쯤 인천항 제1부두에 정박 중인 5만2422t급 자동차 운반선 '오토 배너'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은 21일 오후 7시 현재 기준으로 완전히 잡히지 않았다. 선박에 타고 있던 선장 및 선원 28명은 모두 안전하게 구조됐다.

이 선박은 길이 199m·폭 32m·높이 39.6m(13층 높이)로, 중고차를 싣고 울산을 들러 리비아로 향할 예정이었다. 화재는 선박에 차량을 싣던 중 11층 선수 부근에서 발생해 10~13층을 모두 태웠다.

10~13층에는 전체 차량 2438대 중 1559대가 실려있었다. 정확한 피해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소방본부는 화재 발생 직후,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관 240여명과 펌프·물탱크·헬기 등 장비 89대를 동원했다.

하지만 빽빽하게 붙어있는 자동차 적재 환경과 연료·타이어와 같은 가연성 소재가 화재 진화를 어렵게 했다. 선박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작동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자동차가 30cm 간격도 아닌 5cm 간격으로 촘촘하게 붙어 있어 연쇄 작용이 심하고 연기도 심해 접근 자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소방본부는 오후부터 선박 측면에 천공 4개를 내 진압조치를 이어갔다.

이 선박에는 중고차 다수와 함께 선박 하부에 500ℓ규모의 선박 연료탱크도 있어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 다행히 선박 9층과 10층 경계에 설치된 격벽이 불길을 차단하면서 가까스로 피해가 확산되진 않았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선체 내부에 남아있는 불길을 잡기 위해 측면을 뚫고 진화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라며 "유류창고까지 불이 번질 확률은 없다"고 밝혔다.

/박진영 기자·임태환 수습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