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화재 중 가장 커
시커먼 연기에 진입도 불가
인근 점포 아예 문 닫기도
▲ 21일 9시39분쯤 인천시 중구 인천항 1부두에 정박해 있는 자동차운반선 '오토배너(5만t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날이 어두워지자 소방관들이 라이트를 켜고 화재 진압을 벌이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21일 발생한 5만t급 대형 선박 화재는 인천항에서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항만화재는 자연발화나 소형 선박 수준에 그쳐왔다. 소방당국도 가득 찬 중고차, 밀폐된 선박 구조, 배 위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초기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주민들은 하루 종일 뿌연 연기에 휩싸여 큰 불편을 겪었다.

▲인천항 대형 화재는 처음 … "초기진압 어려웠다"

항만 관계자들은 최근 10여년간 인천항에서 발생한 화재 중 이번 사고가 가장 컸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그간 소형 선박 위주로 화재가 발생했던 인천항에서 5만t급 이상 대형 선박에서 불이 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인천항 화재 사고는 야적장 자연 발화나 소형 선박 화재 수준에 불과했다"며 "10년 전 모 물류창고에서 불이 크게 났던 것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큰 화재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인천소방본부는 초기 화재 진압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 배 안에 꽉 들어찬 중고차 때문에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했고, 밀폐된 선박 내부에 연기와 열기가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배에 구멍을 뚫고 본격적으로 화재를 진압하기까지 3시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선박회사와 용선사와 협의에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선수쪽 차량이 다수 불타면서 발생한 연기와 몽연으로 진입이 불가능했고, 밀폐돼 진입로 확보도 어려웠다"며 "선박을 천공해 진압활동을 벌이면서 선미와 선수에 대원들을 진입시켜 화재를 진압했다. 완진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재 원인을 두고도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선원들은 마찰열로 인한 화재라고 추측하고 있다"라며 "정확한 원인은 조사를 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하역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자체 결함일 수도 있고, 중고차를 고정하는 라싱 작업 중 과실이었을 수도 있다"라며 "선박 내 폐쇄회로화면(CCTV)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사고원인이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희뿌연 하늘 … 동인천 뒤덮은 매캐한 연기

이날 중구 주민들은 검은 연기와 매캐한 냄새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연기가 더욱 심해지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일부 점포는 아예 문을 닫기까지 했다.

1부두 인근 한 정유소 소장 최동묵(52)씨는 마스크를 낀 채 "바람이 이쪽으로 불면서 오후 12시30분부터 주유소 내부가 검은 연기로 가득 찼다"며 "그 때부터 손님도 오지 않아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일부 식당이나 점포는 문을 닫는 경우도 있었다. 신포동의 한 식당 주인인 임병해(69·여)씨는 "점심시간에 평소 손님 50여명 정도가 오는데 손님이 오지 않아 의아했다"며 "점심시간에 문을 닫아뒀다가 2~3시간 지난 후에야 환기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신포동 문화의 거리와 신포시장을 지나는 주민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연신 기침을 했다. 마스크를 미처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급한 대로 가방 안에 넣어둔 휴지나 소매로 입을 막기 바빴다.

신포동에서 만난 인성여중 신채연(15)양은 "방과후 활동 수업으로 배구 수업이 있었지만 화재로 급하게 취소됐다"고 말했다.

/박범준·박진영·정회진 기자·임태환·김예린 수습기자 erhi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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