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사회부장
20일 현재 6·13 지방선거가 24일 앞으로 다가왔다. 24~25일 후보 등록에 앞서 인천지역에서는 각 정당 후보들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한발 벗어나 살펴보면 후보자들의 뜨거운 경쟁의지와 비교해 시민들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차갑다.
이번 선거는 유례없이 기울어진 판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한 몫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전국적으로 여당이 우세를 점한 상황에서 선거가 싱겁게 끝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올 정도다. 투표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유권자들은 이미 후보자의 정책, 됨됨이 등과 상관없이 정당을 따라가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선거운동 기간 내 성사 될 예정이어서 선거 때 마다 부상하는 '내가 사는 지역 이슈'가 파묻힐 여지도 많다. 이럴 때 일수록 후보자를 꼼꼼하게 파악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난해 겨울. 우리는 모두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잘못된 걸 바로잡고, 우리가 뽑았던 대통령을 향해 성난 민심을 전했다. 급기야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을 통해 파면됐다. 당시 여야 정치권은 새로운 정치를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적폐 및 갈등을 종식하고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겠다고, 자유한국당은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각자 소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각각 내놨다. 그리고 1년 넘는 시간이 흘렀다. 과연 각 정당은 그때 약속을 잘 지키고 있을까.
하지만 6·13 지방선거를 대하는 여야 정치권의 태도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분위기다. 여야 할 것 없이 지방선거 후보 공천 과정에서는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 잡음은 이른바 촛불 혁명을 무색하게 한다.
여야 모두 민심과 거리가 먼 인물들을 일부 공천하면서 6·13 지방선거를 자기들만의 리그로 또다시 전락시켰다.
여야를 막론하고 경선 과정에서 이런저런 꼼수가 있었다. 시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도덕성을 갖추지 못했다 해도 공천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유권자 및 당내에서도 인정하지 못할 낙하산 공천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내심 이름을 공개해 버리고 싶을 정도다.

본 게임이 시작되기 전부터 고소와 고발은 여러 건이 벌써부터 진행됐다. 300만 메가시티를 꿈꾸는 인천에서 벌어지는 인물난일까. 정치는 역시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다.
이제 우리 목소리를 전해야 한다. 가뜩이나 인천은 전국에서 투표율이 낮은 지역으로 꼽힌다. 인천은 올 5월 열린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전국 평균 투표율 77.2% 보다 낮은 75.6%를 기록했다. 17개 시도 가운데 뒤에서 5번째다.

2016년 4월 진행된 제20대 총선에서 인천은 투표율 55.6%로 전국 평균 58.0% 대비 2.4%p 낮았다. 17개 시도 중 15위였다. 지방선거는 또 어떤가. 2014년 6월 치러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율은 인천이 53.7%로 전국 평균 56.8% 보다 무려 3.1%p 떨어졌다. 당시 인천 투표율은 대구를 제치고 간신히 꼴찌를 면했다. 대선이나 총선 대비 지방선거는 유권자들의 관심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를 염원하며 한겨울을 보낸 마음을 이번 선거에서도 발휘해야 한다.
제대로 된 후보 검증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바람이나 반발을 계기로 이뤄지는 투표는 내 집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편함을 해소해 주지 않는다. 정치적 의사표시라는 저조한 투표도 정치인들에게 얕잡아 보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천 유권자여, 이번 기간 동안 정치인들로부터 호사를 누려보자. 이 기간이 지나고 나면 우리가 주인공인 무대는 또다시 사라진다. 적극적인 후보 검증으로 내가 사는 인천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해줄 이를 선택해야 한다.

정치는 여전히 우리를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고성이 오가며 시끄럽고, 이해가 안가는 판이 벌어지는 것이 역시나 정치였다. 이런 배신을 전혀 모르는 정치는 이제 심판해야 한다. 지난 겨울, 우리는 힘겹지만 갚진 교훈을 얻었다. 그 교훈을 먼저 잊어버린 정치권에 투표로 경고를 날려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이런 노력들이 시작될 때, 한발 더 빨리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