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수산물 이야기] 8. 바지락
껍데기 무늬·형태 모두 달라… 산란 앞둔 봄에 속살이 통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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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따뜻해져 몸과 마음이 나른해지는 봄에는 제철 음식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조개류 중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다는 바지락은 봄이 되면 산란을 앞두고 살이 통통하게 올라있어 가장 맛이 좋고 피로 회복에도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바지락은 백합목 백합과에 속하는 조개로 주로 모래, 자갈, 진흙이 뒤섞인 해역에서 많이 서식하는데 서민의 조개답게 특정한 갯벌을 선호하거나 환경 변화에 크게 민감하지 않아 우리나라 바닷가 어느 갯벌에서도 바지락을 쉽게 볼 수 있다.

바지락이라는 이름은 호미로 갯벌을 긁을 때 부딪히는 소리가 '바지락바지락'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 동해안에서는 '빤지락', 경남 지역에서는 '반지래기', 인천이나 전라도 지역에서는 '반지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껍데기는 타원형으로 부풀어오른 모양으로 표면에는 방사상의 무늬가 있으며 거칠고 딱딱하다. 서식지에 따라 무늬·형태 등이 다양해 수 만개 껍질 무늬가 서로 다르게 생겼다. 유기물이 풍부한 해수에서 성장한 바지락은 패각도 크고 살도 충실하지만 환경이 나쁜 곳에서 자란 것은 작고 무늬도 볼품없다. 

바지락은 노출 2~3시간이 되는 지역에서부터 수심 10미터의 모래와 펄이 섞인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우리나라 서남해안의 중요한 양식대상 종으로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 바지락은 이동하지 않고 한곳에 머물러 사는 특성이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1912년부터 양식을 시작했다.

1801년 신유박해로 흑산도로 유배를 간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바지락을 '천합(淺蛤)'이라고 하며 큰놈은 지름이 두 치 정도이고 껍질이 매우 엷으며, 가로 세로 미세한 무늬가 있어 가느다란 세포와 비슷하다. 양 볼이 다른 것에 비해 높게 튀어나와 있을 뿐 아니라 살 또한 풍부하며, 빛은 희거나 혹은 청흑색으로 맛은 좋다"고 소개하고 있다.

바지락에는 칼슘, 철, 인, 비타민 B2가 풍부하며, 담즙의 분비를 촉진하고 간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 예로부터 황달에 바지락 끓인 물을 먹였다고 한다. 또한, 피로 해소 및 숙취 제거 식품으로 애용되며 조혈 작용도 있다. 껍데기 가루는 칼슘을 보충하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경우에 좋다 한다.

바지락은 뭐니뭐니해도 개운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개운한 맛은 타우린, 글루탐산, 핵산류, 유기산인 호박산이 어우려져 나는 것인데, 이러한 성분은 바지락의 껍질에도 다량 함유되어 있어 껍질째 끓였을 때 더 개운한 맛이 난다. 6월이 지나 장마철에 잡은 바지락은 대개 젓갈 재료로 쓴다. '오뉴월 땡볕의 바지락 풍년' 이라는 말은 여름 바지락이 '속 빈 강정'인 것을 비유한 속담으로, 음력 5~6월에 수온이 오르면 껍데기가 커져 잘 자란 것처럼 보이지만 속은 비어 있어 먹을 것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바지락은 갯벌에 서식하기 때문에 요리하기 전 뻘이나 모래들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 이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은 맑은 바닷물이나 소금물을 채운 용기에 바지락을 12시간 이상 담가 놓으면 스스로 몸속에 들어 있는 모래나 뻘을 밖으로 토해낸다. 이때 녹이 난 쇠토막을 함께 담가두면 토사 효과가 더욱 크다고 한다.


봄 바지락은 무침으로 먹어도 맛나다. 특히 바지락회 무침은 술안주로 제격이지만 따뜻한 밥과 곁들여도 그만이다. 바지락 파래전, 바지락죽도 봄철 최고 '보양 별미'이다. 하지만 바지락의 시원한 국물을 이용한 요리 중 으뜸으로 꼽히는 것은 바지락을 삶아 우려낸 국물에 쫄깃쫄깃한 칼국수를 넣은 '바지락 칼국수'이다.


이번 주말, 봄 별미의 진수 '바지락'을 만나기 위해 지금이라도 가까운 바다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최민철(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jpg

/최민철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