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단계적 조치 요구…美, 이행기간 압축한 '큰 거래' 원해
폼페이오·볼턴, 연일 美 밑그림 소개…北, 구체적 답변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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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세기의 회담'을 앞둔 가운데 북미 '빅딜'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밑그림은 트럼프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 핵심인사들의 입을 통해 소개되고 있으나, 이에 대해 북한은 구체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이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북미 빅딜의 골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사실상 마지막 해인 2020년까지 북한이 비핵화를 달성하면, 미국은 국제사회의 대북 투자와 경협을 막는 각종 제재를 해제하고 북미 수교와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등의 내용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에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서로 역할 분담해 대북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볼턴 보좌관이 채찍을 들고 철저한 비핵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면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때 제공할 당근을 제시한다.

우선 볼턴 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북한의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PVID)'를 위해 북한의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능력이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고 밝히는 한편 핵무기를 폐기해 미국으로 반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더욱이 핵무기 해체를 미국 주도로 할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매우 빨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하는 시설을 제거하는 것은 물론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까지 조기에 폐기해서 미국에 넘기는 방안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손에 북한 핵무장 해제를 맡길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핵무기에 생화학무기까지 거론하며 대량살상무기(WMD)를 모두 없애라고 압박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보유 핵'과 '미래 핵'을 모두 파기하는 조치의 시한을 2020년으로 정했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에 동행했던 브라이언 훅 국무부 선임 정책기획관은 11일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의지 여하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인 2020년까지 북한의 불가역적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북미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핵무력의 핵심인 핵탄두와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 일부를 수개월 안에 북한 밖으로 반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에서나 폐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돼온 '보유 핵' 일부를 초장에 국외 반출함으로써 '완전한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라는 것이 미국의 요구라고 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이 원하는 대로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한다면 북한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점도 재차 강조하면서 "우리는 확실하게 안전 보장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보장은 결국 불가침 의사의 서면 확인과 북미 수교 및 평화협정 체결 등이 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더불어 폼페이오 장관은 "만약 우리가 비핵화를 얻는다면 제재 완화는 물론이고 그보다 더 많은 것이 있을 것"이라며 경제적 인센티브 측면에서 '대북 제재 해제 플러스 알파'를 거론했다.

인도적 지원을 제외하고 정부 차원에서 직접 대북 지원에 나서긴 어렵지만 미국과 제3국 기업들의 북한 진출 및 투자를 막는 각종 미국 독자적 제재를 해제함으로써 북한에 자본과 기술력이 들어갈 길을 열어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더불어 미국이 가진 의사결정에서의 영향력을 활용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의 대북 융자 사업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방안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내에선 아직 북한에 대한 미 정부 차원의 지원을 거론하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더불어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간 합의의 이행 방식 면에서 북한이 주장한 단계적·동시적 해법에 대해 "당신이 X를 주면 우리가 Y를 주는 방식은 이전에도 해온 방식으로 계속해서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행에서 단계성과 동시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합의 이행기간을 최대한 압축함으로써 빠르게, 크게 주고받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같은 방안은 우선 북한의 동의를 요한다. 또 북한이 동의하더라도 최대의 허들은 '검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간에 비핵화 합의가 나올 경우 앞으로 북한이 제출할 핵신고서의 내용만 검증하는 수준이 아니라 미신고 시설까지 검증할 수 있도록 합의하고 이행하는 일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은 북한의 대랑살상무기 능력 전체를 제거한다는 목표 아래 효율적 이행을 위한 우선 순위를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 실현 가능하며 좋은 접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가장 중요한 핵물질, 핵탄두, 미사일을 먼저 제거하고 그 다음에 핵시설, 장비, 데이터, 인력, 기타 대량살상무기 등을 제거하려는 것 같은데 모든 위협을 2년 이내에 제거할 수 없겠지만 핵물질과 무기는 초기에 제거함으로써 북한이 제재 해제에 따른 비핵화 이행 지연을 사전에 차단하고 주도권을 유지하는 방법을 강구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은닉이 용이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그것을 통해 북한이 만들어 놓은 고농축우라늄의 규모 등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북한이 해소할 수 있을지에 따라 '빅딜'의 이행 여부 및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