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업무강도 높이고 시차출근 도입 '종사자도 만족'
제조, 급여 감소로 이직·인력난 뻔해 '준비기간 호소'
근로시간 단축법안 시행을 두 달 앞두고 지역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인천지역 사업체 수는 총 8만9000여개, 종사자수 총 78만9000여명이다. 이 가운데 300인 이상 사업체는 126개, 종사자 9만2427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당장 두 달 후인 7월1일부터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당 근로시간 한도를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해야 한다.

올해 초 '워라밸'을 전면에 내세웠던 유통업계는 탄력적 운영체계를 마련하며 비교적 빠르게 대처 중이다.
인천의 신세계백화점은 올해부터 직원 근무 시간을 기존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였다.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10시간 가량 운영하는 백화점 특성상 직원마다 출·퇴근 시간을 앞뒤 한 두시간 가량 조절하며 시차 출근제를 도입했다. 다만 7시간 이상의 초과 근무는 지양하고 있다.

종사자들은 업무강도가 다소 높아지긴 했지만 전체 업무시간 감소에도 급여 실수령액이 소폭 증가했다며 만족하는 분위기다.

롯데백화점도 업무시간 외 모바일로 업무지시를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모바일 오프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계의 사정은 다르다. 제조기업들은 정해진 납기일을 맞추거나 연료 효율을 위해 휴일에도 가동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업들은 부족한 작업량을 채우기 위해 인력을 추가로 고용해 인건비 부담을 안아야 한다. 반면 초과근무를 할 수 없는 근로자들은 자연스레 급여 감소하게 된다. 이는 자칫 지역 제조업의 가장 큰 애로 중 하나인 인력 수급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의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 연우 기중현 대표는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중견기업 경영애로'의 글을 올리며 호소하기도 했다.

기 대표는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하면 근로자들은 실질임금이 줄어 다른 업종으로 대량 이직이 우려된다"며 "플라스틱 사출 업종은 '3D' 업무로 인식돼 있는데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인력 충원을 할 수 없어 설비가동을 중단할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정부의 노동정책에 적극 찬성하지만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준비기간을 달라"고 청원했다.

이밖에 노동집약 산업으로 꼽히는 건설업계와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운수업계, 사회복지업계 등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근로시간 단축법안이 산업·기업별 상황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영일 인하대 명예교수는 "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두번째로 긴 우리나라는 투입 노동량으로 생산을 유지하려기보다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사용하며 효율성을 찾을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보다 장기적 관점의 경제정책을 통해 산업별, 규모별 기업 현황에 따라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나영 기자 creamyn@incheonilbo.com